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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

혁신도시 시즌2의 방향과 과제

윤영모(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문재인정부 들어 ‘혁신도시 시즌2’를 발표하고 혁신도시를 지역혁신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혁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혁신도시 정책은 국가균형발전 및 지역산업 육성을 위한 지역별 혁신클러스터 형성 및 지역혁신체계 구축 전략의 일환으로서 2000년대 중반 참여정부에 의해 입안된 정책이다. 혁신도시 정책의 목표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계기로 산업생산(기업), 과학기술(대학, 연구기관), 기업지원(기술 및 비즈니스 서비스 기관) 기관의 공간적 집적 및 기능적 연계가 이루어지는 지역혁신거점을 육성함으로써 지역별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도시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혁신거점 육성을 위한 기반 구축이 필수적이다. 지역혁신 이론에 따르면 혁신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물리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제도적 기반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갖추어져야 한다. 우선 지역혁신의 핵심주체인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혁신주체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업무 및 거주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갖추어져야 한다. 기업, 대학, 연구기관, 기업지원서비스 기관 등 혁신주체의 집적 및 역량 강화를 통해 혁신활동을 촉진하는 경제적 기반도 갖추어야 한다. 혁신주체 간 상호작용 및 협력 활성화를 위한 신뢰 및 협력체계 구축 등 사회적 기반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지역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갖추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혁신도시는 혁신거점으로서 적절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가? 2007년 혁신도시 건설에 착공한지 10여년이 경과한 현재 도시기반 조성 및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되었으며 10개 혁신도시 인구는 2018년 기준 19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혁신도시를 지역혁신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반 구축은 미흡한 실정이다. 첫째, 도시기반 조성은 완료되었으나 업무 및 생활환경 조성, 혁신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공간적 기반 조성 등 지역혁신을 위한 물리적 기반 구축이 부진하다. 이로 인해 혁신도시 입주기업의 입주만족도는 50.3점. 주민의 생활만족도는 52.4점에 불과한 실정이다(국토교통부 설문조사 결과). 둘째, 지역혁신의 핵심주체인 산ㆍ학ㆍ연ㆍ관 집적 등 경제적 기반 구축도 다소 미흡하다. 우선 지역혁신의 핵심주체인 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 유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8년말 기준 10개 혁신도시 및 인근에 입주한 기업은 총 639개사에 불과하며 종사자 10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이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앵커기업 유치가 부진한 실정이다. 또한 10개 혁신도시 중 대학연구소를 유치한 경우는 3개에 불과하여 R&D 기능의 확충도 부진하다. 셋째, 산ㆍ학ㆍ연ㆍ관 협력 활성화 등 사회적 기반 구축도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지역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과 기업, 대학, 연구기관, 지자체 간 협력사업이 일부 추진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초기단계에 불과하며 상시적 협력체계 구축이 미흡한 실정이다. 넷째, 혁신도시의 지역혁신기반 구축을 지원하고 혁신주체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미비하다. 혁신도시를 지역혁신거점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문재인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가 발표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혁신도시 종합발전계획(2018-2022)’이 수립되었으나 정책 및 계획의 집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미흡하다. 현행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은은 도시 건설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 지원에 관한 사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혁신도시 육성을 위한 행정ㆍ재정적 지원방안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혁신도시를 지역혁신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도시건설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 지원에 치중해 왔던 기존의 정책에서 탈피하여 혁신도시의 혁신도시의 지역혁신기반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첫째,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혁신주체 및 우수인재의 유치를 촉진하기 위한 양질의 업무 및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혁신주체 간 상호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혁신도시 연계교통망 및 대중교통을 확충하여 접근성(accessibility) 및 이동성(mobility)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혁신도시 입주기관의 협력업체 및 시장 접근성, 물류 여건 개선 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양질의 도시환경을 조성하여 입주기업과 주민의 만족도를 제고하고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교육ㆍ문화ㆍ여가시설 확충을 위한 국가 및 지자체의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혁신도시에 입지한 다양한 주체 간 교류ㆍ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혁신도시 중심지구의 복합토지이용(mixed-use landuse)을 유도함으로써 업무, 주거, 상업, 문화ㆍ여가, 소매, 연구 등 다양한 용도가 복합된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또한 혁신도시 중심지구의 쾌적한 가로환경 및 공공공간(public space) 조성을 추진하여 사회적 교류 및 아이디어 교환 등 혁신주체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이전공공기관과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지식 및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공동작업 및 프로젝트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회의실, 공동작업실, 공동실험실 등 다양한 협동공간과 창업 및 기업지원시설 등을 갖춘 개방형 혁신공간(Open Laboratory) 조성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업, 대학, 연구기관, 지원서비스기관의 유치를 촉진하고, 이전공공기관 및 산ㆍ학ㆍ연의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등 지역혁신을 위한 경제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우선 기업, 대학, 연구기관, 지원서비스기관의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토지 분양가 인하 및 임대형 입주공간 공급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혁신도시 입주기관의 시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이전공공기관, 지자체 및 국가 등 공공부문이 혁신도시 입주기관이 생산한 제품 및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혁신주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이전공공기관의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기업 및 대학, 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이전공공기관의 R&D 지원 및 기술 이전, 사업화 지원, 마케팅 및 판로개척 지원, 인력양성 지원, 재정 지원 등을 활성화함으로써 지역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강소기업 육성을 촉진하는 등 혁신 지원자(accelerator)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산ㆍ학ㆍ연ㆍ관 협력 및 상호학습 등을 촉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혁신주체 간 교류ㆍ협력, 상호학습 및 지식 교환 등을 촉진할 수 있는 지역혁신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혁신 거버넌스는 이전공공기관, 기업, 대학, 연구기관,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 형태로 구성하고, 참여기관 간 지식 및 정보 교환, 각종 세미나 및 포럼 운영 등 상호학습 및 교류활동을 주관하는 한편, 지역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수요기반 R&D 기획 및 발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공동 교육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지역혁신기반 구축을 위한 지원사항을 관련 법에 명시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하여 기업, 대학, 연구기관, 기업지원기관 등 혁신주체의 유치 및 협력 촉진을 위한 정부 및 지자체의 행ㆍ재정적 지원사항을 명시하고, 이전공공기관의 지역혁신 지원에 관한 사항, 지역혁신 거버넌스 구축 및 운영 지원에 관한 사항 등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혁신도시 개발로 인한 국세 및 지방세 수입의 일부를 별도 재원으로 조성하여 혁신도시 발전을 위한 선도적 투자 및 안정적 재정지원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 제시한 정책과제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혁신도시가 인구감소, 저성장 고착화, 전통주력산업 침체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의 새로운 발전거점으로 발돋움 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