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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기고 소식

사람이 더 행복한 도시정책은 무엇인가?
- 정릉교수단지 정원페스티벌

정수영(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 박사과정)

   도시정책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과연 어떤 정책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 또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정릉교수단지에서 개최되는 정원페스티벌은 “사람이 더 행복한 도시정책”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정릉교수단지 정원페스티벌의 포스터를 보게 되면, 정릉교수단지도 생소하게 느낄 것이지만, 프로그램 측면에서 다른 축제와 차별성을 느끼기 쉽지 않다. 그러나 막상 정릉교수단지 정원페스티벌을 경험해 본다면, 행복한 도시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마을버스 성북22를 타고 종점에 내려 걸어올라가면, 조선 태조의 두 번째 부인인 신덕고황후 강씨의 능으로 지난 2009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정릉을 만날 수 있다1). 그리고 그 정릉 앞, 정겹게 자리하고 있는 곳이 바로 정릉교수단지이다. 정릉교수단지가 위치한 지역은 정릉 능역이 포함되어 해방이 된 후에도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정) 소유로 개발이 어려웠다. 그러나 정릉 주변의 임야들이 민간에게 돌아가면서 당시 서울대학교 교직원들이 조합을 결성해 주택 단지를 조성하고 거주하여 ‘교수단지’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2).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의 바람이 불었고, 정릉교수단지 역시 정릉6구역 재건축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이때 주민들의 과반수가 재건축에 찬성하며 이 정겨운 마을이 사라질 뻔했다. 그러나 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재건축을 반대했던 주민들이 영상을 촬영하여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보내고, 문화재청에 이의를 제기하여 재건축에 대한 논의가 사그러들었으며 2012년 재건축 조합 설립이 취소되었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페스티벌이 열리는 정릉교수단지에는 여전히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갈등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주민들 사이로, 골목에 재건축추진위원회의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 제출 협조 요청 현수막이 걸려있으며, 정릉교수단지 주위에 지어진 높은 아파트들이 마치 곧 정겨운 마을을 삼킬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정릉6구역은 2020년 3월까지 재건축 조합이 설립되지 않으면 일몰제가 적용되어 재건축 지정 지역에서 해제된다. 따라서 그 전까지는 재건축을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의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릉교수단지의 주민들은 재건축을 반대하기 위하여 그들이 가장 행복한 방법을 택했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마을탐방을 제공한 주민해설사 분은 “조용히, 예쁘게” 반대하는 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재건축이 되지 않더라도, 마을주민들이 직접 정원을 가꾸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재건축에 대한 문제도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 방법이 ‘정원페스티벌’ 인 것이다. 올해 5월 17일, 18일 이틀간에 걸쳐 열린 정원페스티벌은 정릉교수단지 내 주민들이 직접 꾸민 정원을 외부에 공개하는 축제로, 올해 6년째를 맞았다. 마을 탐방을 통해 정원페스티벌의 취지를 들었을 때 놀랍기도 하였다. 요새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집을 공개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데, 이 마을 주민들은 흔쾌히 본인들이 가꾼 정원을 개방하였고 해가 지날수록 참여하는 집이 늘어난다고 한다. 올해도 페스티벌을 위해 2개의 집이 추가로 정원을 개방하였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집에는 ‘초록이 물드는 마을’이라는 조그마한 나무 문패가 붙어있다. 나무 문패에는 그림이 그러져 있는데, 각 집의 정원의 특성에 따라 그림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마을의 모든 집이 정원을 가꾸고 공개하는 것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각자 잘하는 것을 서로 공유한다고 한다. 별도로 정원이 없는 주택의 자투리 공간을 방치하는 집도 있었지만, 반면 ‘한 평 정원’을 만들어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한 집도 있었다(사진참조). 화가인 분은 마을 주민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주셨고, 공개된 정원에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전시해두었다. 도자기, 에코백 등을 팔던 넓은 정원을 가진 집에서는 정원페스티벌 기간에는 아동공연, 음악공연, 낭송회 등이 열리는데, 정원페스티벌 기간이 아니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모여 음식을 먹거나, 소규모 웨딩이 열리기도 한다고 한다. 주민해설사 분은 캘리그라피가 가득한 본인의 집을 공개하며, 이사 올 당시 높았던 담벼락을 낮추고 정원을 가꾸니 마을 주민들과 인사하기도 쉽고 교류도 더 잦아졌다고 한다.
   정원페스티벌에서 공개된 각자의 정원은 직접 가꾸었고, 마을 골목골목의 화단 등은 성신여자대학교 학생들이 도와주고, 정릉교수단지에서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는 빙그레 휴게실은 마을의 청년들이 모여서 만든 ‘정릉커먼즈’와 개인 출자자들의 도움으로 ‘빙그레 다방’으로 재탄생하였다. 이 다방은 수많은 청년들이 그 발자취를 기록하고, 협동조합 성북신나와 청년허브가 함께 운영한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미숫가루 한 잔을 마시고 나온 이 다방은 마을 주민, 구경하러온 외부인들의 대화소리, 웃음소리로 계속 북적여 ‘사랑방’의 의미를 잘 이어나가고 있었다.
   정릉교수단지 정원페스티벌, ‘정원이 들려주는 소리’는 규모가 큰 페스티벌은 아니지만 동네 주민들이 직접 가꾼 본인들의 집을 외부인들에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큰 페스티벌보다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을 탐방도 직접 마을 주민이 제공하여 해설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큰 생동감과 마을에 대한 애착을 느끼게 하였고, 정원페스티벌의 취지 역시 더 크게 다가오도록 만들었다. 주민해설사분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정원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주민들 모두 정말 행복하게 웃고 있어 필자 역시도 행복해지는 주말이었다.
   이 정겨운 마을에는 분명 고쳐져야 하는 집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고친다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모든걸 새롭게 고쳐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유지하고, 꾸미면서 관리하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새로운 주택, 주거환경의 개선, 또 그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 등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부분의 개선만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건축이 계속 추진이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들은 “그럼, 또 반대해야죠” 라고 대답한다.
   정릉6구역이 재건축 구역 지정이 해제되어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낸 그들의 축제이자, 외부 사람들에게 그들의 취지를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전달하고자 한 이 페스티벌이 쭉 이어져나가길 바라본다. 이 정원페스티벌이 도시를 연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한 도시란, 그를 위한 정책은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하길 바란다. 아울러 많은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이 정릉교수단지 정원페스티벌에 방문하기를 희망해 본다.

정원페스티벌 포스터 문패
하모니 뜰 뜰사랑
빙그레 다방 한 평 정원

1)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 참조. http://royaltombs.cha.go.kr/tombs/selectTombInfoList.do?tombseq=132&mn=RT_01_06_01
2) 성북마을 홈페이지 참조. https://sbnet.or.kr/30171/
3) “재건축 막자” 집집마다 꽃을 내걸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162132005&code=62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