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된 인구 고령화 시대 준비되지 않은 노인 주거
노인 주거 문제의 이론과 핵심 이슈를 총정리한 『초고령 사회, 노인 주거의 길을 묻다』
2025년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70년에는 중위연령이 62세로 예측된다. 빠르게 나이 드는 사회에서 노인이 현실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으로 일자리 부족, 주거 불안, 의료 소외가 꼽히는데, 이 책은 이 가운데 주거 문제를 다룬다. 노인에게 집은 단순히 거주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인에게 주거란 안전, 건강, 사회 보장, 사회적 관계, 커뮤니티와 긴밀한 연관을 가진다. 초고령 사회의 노인 가구 구성 또한 양적, 질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인층에 진입함과 동시에, 과거와는 다른 성격의 중산층 노인이라는 새로운 노인의 등장이 예상된다. 저자는 집과 시설이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 대안적 주거가 가능한지 면밀히 검토하고 초고령화에 따른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논의와 제안을 펼친다.
노인,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노인 주거 문제의 해법을 찾아서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주거 실태의 강력한 특징은 양극화 심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주거 양극화는 세대 간, 주거 점유 형태(소득 수준) 간, 지역 간으로 나뉜다. 노인 빈곤 가구와 노인 1인 가구, 청년 1인 가구가 주거 불안을 가장 심하게 겪으며, 서울 등 대도시의 주택 재고는 충분하지 못하면서 지방은 인구 소멸로 인한 빈집 문제로 골치를 앓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주거 취약 계층이 노인 빈곤층이라는 사실은 주거 위기 가구의 약 42%가 여인숙,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고령 가구라는 조사(국토교통부, 2020)와, 잠재적 주거 위기 가구로 추정되는 약 30만에서 51만 가구 가운데 노인 빈곤층이 다수를 점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 결과(국토연구원, 2022)에서도 알 수 있다. 정부의 기존 주거 지원 정책은 주로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공공 주택을 공급하거나, 주거비를 보조하거나, 기존 주택을 개량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증가하는 노인 인구를 대상으로 좀 더 다양한 방식과 형태의 노인 주거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 주목 받고 있는 개념으로 AIP(Aging In Place: 지역 사회 계속 거주)가 있다. 이는 노인이 살아온 집이나 지역 사회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 환경 개선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AIP는 노인 가구 구성의 양적, 질적 변화를 보이고 있는 현재 노인 주거 문제에 핵심 관점을 제시한다.
새로운 노인의 등장 다양한 방식의 주거 지원 필요
혼자 사는 노인이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보다 늘어나는 동시에, 노인 1인 가구 비중이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노인 주거 정책을 논의할 때 노인층은 크게 두 집단으로 나뉘는데 소득 수준에 따라 저소득층과 중산층 또는 고소득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저소득 노인층을 위한 주거 정책은 비교적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는 반면, 경제력을 어느 정도 갖춘 노인에 대한 주거 문제는 대책이 미흡한 상태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앞으로 초고령 사회에서 핵심 노인 가구를 형성할 것이다. 노인 세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이들은 과거 노인층과 달리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사회적으로도 높은 참여율을 보인다. 이러한 새로운 노인층의 등장은 다양한 방식의 주거 지원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과거의 정책은 주거 취약 계층 중심이었지만, 베이비 부머와 중산층이 노인층에 진입하면서 기존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 주거 공간과 방식의 다양성 등을 반영한 주거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고령 사회를 대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영국, 일본, 미국 등 사례를 이모저모 살피고 있다. 노인에게 적절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사례를 제시하고, 노인 전용 주택뿐 아니라 세대 혼합형(소셜 믹스형) 주거 공간을 검토하거나, 노인 주거 선호 조사를 통해 집과 시설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적 주거가 가능한지 돌봄과 주거 차원에서 논의와 제안을 펼치고 있다.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 발표와 이후 문제들
정부는 2024년 7월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합동으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 감소 지역 89곳에 ‘신분양형 실버타운’ 설립 지원 계획을 밝혔다. 기존의 완전 분양형에서 일정 비율을 반드시 임대형으로 운영하도록 지정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문제를 예방하는 조치를 포함했다. 또한 대상을 중산층 고령자까지 확대해 고령자 복지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유주택 고령자도 입주 가능한 실버 스테이 시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은 진일보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레지던스의 입지, 레지던스 정의 및 관련 법률의 미비, 관련 부처의 상이한 정책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노인 주거 정책을 보건복지부는 노인 케어(의료 및 돌봄)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는 노인 시설(물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지만, 저자는 두 부처의 정책 내용과 접근을 통합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는 것 역시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 소개> - 하성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석사 학위, 런던대학교(UCL)에서 도시계획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명예 교수이다. 중앙대학교 부총장, 한국주택학회 회장, 한국사회정책학회 회장,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이사장,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을 맡은 바 있으며, 현재는 한국주거서비스소사이어티 이사장이다. 관심 연구 분야는 주택 정책, 도시 관리 및 재개발 분야이며 주요 저서로는 Housing Policy, Wellbeing and Social Development in Asia(2018), 『주택정책론』(2010) 등 다수가 있다. - 박미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석사 학위, 미국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에서 미국 주택바우처 프로그램 성과평가를 주제로 도시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 이후 국토연구원에서 근무 중이다. 청년 주거, 노인 주거 지원, 공공 임대, 국제 협력 등의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며, 대통령직속위원회 및 다수의 정부 부처 위원회에 참여하며 정책 형성 과정에 기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미국의 주거정책』(공역, 2023),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공저, 2022), 『2030 담대한 주거복지』(공저, 2023) 등 다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