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빈집의 예방과 활용
하성규(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빈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주택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수 없이 많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모순이며 아이러니 (irony)라고 판단된다. 왜 빈집이 증가하고 있는가? 그리고 왜 빈집을 잘 활용하여 집 없는 사람들에게 보금자리 역할을 할 수 없는가?
건축법에서 정의한 빈집이란 지방자치단체장이 거주 또는 사용여부를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거주자가 없거나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이나 건축물이다. 그러나 인구주택총조사 통계자료에서는 조사 당시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을 말하며 신축되어 입주하지 않은 미분양주택을 포함한다.
위에서 언급한 빈집의 기준은 상이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어느 기준으로 빈집을 파악하고 정책적 대응책을 논의해야 하는가. 우선 국가적 차원에서 빈집의 정의를 재정립하고 동시 빈집의 실태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빈집은 106만 9천호이다. 그러나 건축법에 따른 빈집의 숫자는 인구주택총사에서 밝혀진 숫자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빈집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 빈집의 개념정의 및 조사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현황과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 자료와 정보가 없이 어떤 정책수단을 강구해도 별로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둘째, 빈집발생의 특징과 배경을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빈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조치가 절실하다. 빈집 발생은 매우 다양한 이유와 배경이 있다. 예를 들어 농촌과 도시의 빈집발생 배경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리고 도시에서 발생하는 빈집도 주거지 특성과 위치에 따라 빈집의 특성이 상이하다. 그래서 빈집이 어떤 지역적 특성을 가진 곳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 등도 면밀히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빈집이 발생하면 다양한 부정적 외부효과와 사회경제적인 문제가 발생된다. 빈집이 많은 동네는 범죄의 증가, 주변 지역사회의 주택가격 하락, 빈집으로 방치되면 이웃의 집들이 빈집으로 변화하는 일종의 부정적 주거 불량화 도미노 현상이 학술적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셋째, 빈집의 활용방안이 매우 중요하다. 빈집발생의 예방적 수단과 방법이 미흡으로 기왕에 빈집이 많이 발생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아니면 철거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일부 도시에서 빈집활용방안이 도입되고 있으나 그 결과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한국은 주거상황과 도시특성이 외국과는 다른 점이 있지만 외국의 빈집활용방안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빈집의 발생과 방치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빈집에 쓰레기 투척 등의 반사회적 행위와 위험건물 무단출입금지 등 위험예방을 위한 공공적 조치 후 비용을 건물 주인에게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6개월이 상 빈집의 경우 지방정부가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빈집의 예방과 빈집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주택난으로 저소득층 및 사회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심각한 현실에서 사용가능한 빈집을 수년간 방치하고 있다면 이는 자원의 낭비와 사회적 비용의 증대 그리고 행정기관의 무능이라 해석된다.
빈집문제는 단순히 주거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쇠퇴를 가속화 하고 도시의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빈집이 많은 곳에 도시재생 혹은 주거지재생 프로그램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빈집밀집지구의 도시재생방식은 주거지 재생접근으로 주택의 개보수 혹은 신축은 물론 지역사회기반시설 및 복지시설 공급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미 영국 등 서구 국가에서는 커뮤니티 재개발 및 재생방식을 도입하여 매우 성공적 사례가 많다.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한바 있다. 이러한 대규모투자를 통해 도시재생사업을 연계한 빈집문제 해결은 물론 주택난해소와 도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