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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럼버스의 고고한 성장과 그 그림자

강승범(The Ohio State University,
City and Regional Planning / PhD Candidate, Instructor)

지구 반대편의 미국의 한 도시 콜럼버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도시의 성장과 그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9세기 언제쯤 클리브랜드와 신시내티 중간쯤 어딘 가에 콜럼버스를 존경하는 누군가가 오하이오 주의 주도로 콜럼버스를 만들었다는 등의 시시콜콜한 역사는 가뿐하게 생략하기로 하자.

많은 한국인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이 도시는 현재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소위 핫 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콜럼버스의 성장은 미국 내 거시적인 인구 변화에 반하는 아주 이례적인 현상으로 마치 비유를 하자면, 한때 광업이 발달했던 강원도 탄광지역에서 21세기 홀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도시가 있는 셈이다. 러스트 벨트라 불리는 한때 잘나갔던 제조업 도시들은 20세기 후반 세계화와 탈산업화의 큰 흐름 속에서 경쟁력과 인구를 잃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도시들의 대표적인 예로는 디트로이트, 클리브랜드, 피츠버그, 버팔로 등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일자리와 사람의 탈출, 그로 인한 세수 감소, 공공 서비스의 악화, 그로 인한 더 많은 일자리와 사람의 탈출, 그리고 구조화 된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러스트 벨트 한 복판에 위치한 콜럼버스는 이 흐름에 반하며 빠른 속도로 일자리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한 단면으로, 2016년과 2017년 사이, 콜럼버스는 미국 내 인구 성장률 상위 10개 도시에 포함되었으며, 하루에 43명 꼴로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1 같은 오하이오 내에 위치한 톨레도와 클리브랜드가 인구를 빠르게 잃고 있는 상위 15개 도시에 들었음을 보면 콜럼버스의 인구의 흐름이 인근 도시들과 얼마나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콜럼버스만 성장하는가?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치 않다. 누군가는 콜럼버스가 가진 산업의 다양성2을 강조하고, 혹자는 미국 전체와 인구 구성비가 유사하여 기업들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는 환경에 공을 돌리기도 한다. 다른 이들은 주도가 가지는 행정적 중심지 기능, 경합주로서의 워싱턴 정가에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심지어 때로는 (오하이오 주립대학이 배출한?) 양질의 노동력을 찬양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최근의 콜럼버스의 경제는 한껏 건강해 보인다. 2013년 IBM의 데이터 센터를, 최근에는 콜럼버스 인근 뉴알바니에서 Facebook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며 IT산업 일자리를 차곡차곡 늘리고 있으며, 오하이오 주립대학 또한 적극적인 해외학생들 유치로 학교의 덩치를 키워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창업 활동 전미 상위 15위 안에 들 정도로 새로운 기업들 또한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다3. 하지만 빠른 성장에는 심한 성장통이 함께하는 법. 콜럼버스는 스스로 만든 성장의 그림자에 놀라고 있다.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성장의 부작용들을 콜럼버스에서 찾는 것은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발 압력에 따른 저소득층 지역에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치솟는 월세와 거주민들의 강제 이주는 기본.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이민자들의 유입과 그들의 등장에 놀란 기존 거주민들은, 학교, 지역 사회, 혹은 심지어 마트에 이르기 까지 여러 공간에서 이질성이 만들어내는 오해와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부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월세 $2,000 (한화로 약 223만원) 자취방의 등장, 그리고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이민자의 자녀들의 대학생을 향한 증오 범죄까지 과거의 콜럼버스에서 볼 수 없었던 대도시형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혹시 이러한 변화들이 당신에게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이건 어떤가? 콜럼버스는 전미 최악의 신생아사망률 (아이가 첫 생일을 맞이하기 전에 사망하는 비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흑인 신생아의 사망률은 전미 최고 수준이며 이는 콜럼버스 내 몇몇 대표적인 빈곤 동네에 집중되어 있다. 2016년 167명의 신생아가 콜럼버스에서 죽었으며 이는 2015년에 비해 20명이 늘어난 숫자이다 (약 일주일에 세 명 꼴이다)4.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CelebrateOne이라 불리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학계, 의료계, 정부, 비영리단체, 그리고 커뮤니티 관계자들 모두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2020년까지 신생아 사망률일 40%까지 줄이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운 후에 상황이 더 악화가 되었다는 점이다.

왜 아이들이 죽어가는가? 사실 이는 왜 콜럼버스가 성장하는 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 신생아들은 말이 없다. 그리고 그들은 여러가지 위험에 취약하기 때문에 사후에도 의학적으로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 가설들은 넘쳐난다. 빈곤층 엄마들의 육아 지식과 경험의 부족? 임신 중 부실한 영양상태?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한 교통 수단의 부족? 아니면 휴가를 재 때 낼 수 없는 노동 환경? 어떤 이는 그들이 가는 마트의 시들어빠진 야채와 과일을, 누군가는 범죄에 노출된 엄마들의 정신 건강을, 그리고 누군가는 불안정한 주거로 발생하는 이사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지적하기도 했다.

콜럼버스의 성장이 아이들을 죽게 만들고 있는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어가는 아이들이 콜럼버스의 성장에는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콜럼버스는 여타 77개의 도시를 제치고 연방 교통부로부터 5천만 불 (한화로 약 558억) 규모의 스마트 시티 사업을 따내는 대박을 터트렸다5. 그리고 핵심적인 선정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콜럼버스의 높은 신생아 사망률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첨단 교통사업의 제안이었다. 요즘의 콜럼버스는 스마트 시티 관련 사업들이 꿈틀거리고 있고, 이들을 향한 기대와 그들 만의 예산 잔치로 끝날지 모른다는 회의 섞인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앞만 보며 걸어가다 문득 뒤를 돌아보고 어느새 커진 그림자를 발견한 콜럼버스. 이 도시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다.

1 다른 상위권 도시들은 텍사스 오스틴, 샌안토니오, 플로리다 잭슨빌, LA, 샌디애고 등 모두 미국 서부와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출처: http://www.dispatch.com/business/20180525/columbus-population-grows-by-423-each-day-census-figures-show).
2 콜럼버스 인근 메리즈빌에는 전통적인 제조업인 혼다 자동차와 협력업체들이 있으며, 뉴얼바니에는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 본사가 있으며, 오하이오 주립대학교는 의료와 교육 서비스 산업의 중심을 담당하고, 그 밖에 다양한 공공기관들이 위치하고 있어 산업적 다양성이 타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3 출처: https://www.cnbc.com/2016/08/30/columbus-ohio-a-growing-mecca-for-small-business.html
4 출처: http://www.dispatch.com/news/20170305/infant-mortality-rises-in-franklin-county-despite-millions-spent
5 출처: https://www.citylab.com/transportation/2017/11/when-a-smart-city-doesnt-have-all-the-answers/542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