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쇠퇴와 빈집 발생의 상관성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대부분의 도시는 생존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의 지방소멸 2018」(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도시지역까지 지방소멸의 위험이 확산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도시화율이 종착단계에 이른 지금 대규모 도시개발이나 인프라의 확충이 어려운 가운데 전체 도시의 66%(도시재생종합정보체계, 2016.12 기준)는 쇠퇴하고 있다.
빈집의 발생은 단순히 집주인의 개인 사정이나 일시적인 부동산 거래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사회구조의 변화와 도시 쇠퇴와 연관되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전국 빈집은 112만동(통계청, 2017년)으로 그 숫자는 매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인구가 감소하고 산업이 침체되는 쇠퇴 도시에서 그 경향은 두드러진다.
지역별 장기 방치주택 상대비율 분포와 인구변화율(2005~2010) 현황 비교
* 출처 : 근린재생을 위한 도시 내 유휴공간 활용 정책 방안 연구,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반면 빈집은 개별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쇠퇴를 가속화시킨다. 빈집이 장기화되면 인근 주택을 포함한 주변 부동산 가치를 저하시키고, 도시미관 저해, 안전사고, 범죄발생 등 사회문제가 유발된다. ‘김길태 사건’(2010)은 이러한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며,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빈집의 확산으로 인한 도시쇠퇴
선도사업과 빈집 관리정책의 한계
인구감소와 도시쇠퇴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은 빈집이 820만호로 총 주택 수 대비 13.5%를 차지한다. 이에 「공가대책특별조치법」(2013)을 제정하고 빈집 소유주의 관리 책임과 철거와 활용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빈집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우리 정부 또한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 특례법)’을 제정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법을 통해 빈집 정보시스템과 실태조사의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정비계획의 수립을 통해 다양한 정비사업과 철거가 가능해졌다.
다만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이 지자체의 의무사항이 아니고 법률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역에 정착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선도사업을 통해 도출된 문제점과 한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빈집 특례법의 본격적인 적용·확산에 앞서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빈집 실태조사 선도사업 개관(17.11.24 ∼ 18. 4.30)]
<실태조사 업무 절차>
<현장 및 등급산정조사> <출입조사>
<LX 빈집정보시스템 “공가랑” 홈페이지 화면>
<빈집 현황정보분석>
<등급별 빈집 현황>
1등급
2등급
3등급
4등급
첫째, 빈집의 실태조사 대상과 기준이 지자체별로 상이하게 적용될 수 있어 통계적인 현황관리가 어렵다. 빈집 특례법에서는 빈집의 범위를 1년 이상 미거주·미이용인 상태의 건축허가를 받은 모든 주택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 따라서 아파트 등 특정 주택용도를 제외하거나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을 임의로 추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지역별로 빈집의 현황정보 기준이 달라 전국 단위 통계를 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태조사 주기 또한 현재 지침에서는 5년 이내에 갱신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어 지자체가 매해 현황파악을 하지 않는다면 빈집 실태를 시의성있게 반영하기 어렵고, 조사 주기가 상이하여 지역 간 빈집현황의 상시적인 비교가 어렵다.
둘째, 빈집의 대상이 허가된 주택으로 한정됨에 따라 실제 문제가 되는 무허가 주택은 제외된다는 점이다. 빈집은 노후화되거나 근린환경이 불량한 지역에서 다수 발생하며 그 중 무허가 주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무허가 주택은 불법건축물로서 공공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당연하나 지역에서 실제 문제를 발생하는 빈집은 불법건축물일 가능성이 높아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의 취지를 고려하였을 때 조사와 관리의 대상에 포함 여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재개발·재건축 현황 등 지역 여건이 조사와 현황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구역은 빈집이 다수 발생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추진절차가 복잡하고 길게는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으며 사업이 중단 해제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역의 입장에서는 당장 시행을 앞두고 사라지게 될 사업구역에서 빈집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큰 효용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추진여부가 불투명하거나 해제된 사업구역의 경우 산재된 빈집의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세부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재개발·재건축 진행 단계에 따라 조사대상을 포함하거나 제외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넷째, 빈집의 관리체계가 쇠퇴 진단이나 재생계획과 연계되지 못한다. 아직까지 빈집의 실태조사와 현황이 완전히 구축되지 못한 시점이나 향후에는 빈집 특례법에 의한 빈집 현황정보가 재생계획을 위한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정확한 빈집정보를 바탕으로 지역의 쇠퇴를 판별하는 기준을 보완하고 재생사업을 위한 별도의 빈집 조사 인력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빈집 정보가 개인정보보호 등에 대한 제약으로 공개될 수 없으며 관련 시스템(도시재생종합정보체계, 빈집정보시스템 ‘공가랑’ 등)이 연계되지 못하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계획 간 연계성 확보도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현재 빈집 특례법에 근거한 빈집정비계획은 세부 내용에 관한 지침이 완비되지 않고 수립된 사례가 없어 향후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등과 연동될 수 있도록 상호 간 위상과 역할이 정립되어야 한다.
다섯째, 도시 내 활용 가능한 자산의 발굴과 관리가 필요한 도시재생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빈집이라는 대상 범위는 다소 제한적이다. 빈집은 점포주택과 같이 다른 용도와 함께 사용되는 경우도 많고 지역에 따라서는 폐공장, 빈점포, 유휴공공시설 등이 더욱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빈집을 주택으로 한정하지 말고 유휴건축물로 그 범위를 확대하여 유휴자산의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하여 활용 가능한 공간으로 변모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실태조사와 정보시스템을 빈집과 별도로 이원화하지 않고 빈집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도시재생에 기반한 빈집관리체계 구축으로...
지금까지 빈집의 발생은 독립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개별 대책에 치중해 왔다. 하지만 도시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도시재생이라는 관점에서 빈집관리체계를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관련 법률과 지침의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 내 유휴자산의 범위를 확대하여 대상을 규정하고 지자체가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일부분 강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효율적인 활용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명확한 관리책임, 공공의 지원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이 보완되어야 한다. 이는 빈집 특례법, 도시재생 특별법 등 관련 법령 간의 조정과 협의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빈집 정책을 실제로 추진하는 지자체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추진 의지 또한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다. 빈집 관련 업무를 민원을 대응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고 부서 간 칸막이로 다각적인 진단과 통합적인 관리가 어렵다. 빈집 문제를 도시 전반의 현황을 대변하는 지표로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담당자의 업무 편의에 맞춰 관리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전문기관을 통한 관리체계의 확립과 민간 참여의 확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빈집 특례법에서는 실태조사 및 정보시스템 전문기관과 정비지원기구로 관련 기관의 역할을 세분화하고 있다. 하지만 유사한 기능의 다수의 전문기관이 양립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업무 특성에 따라 전담기관을 일원화하고 도시재생분야에서 전문적인 입지와 역할을 확보하여 빈집 관리를 도시재생과 접목하여 확대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하나의 빈집정보시스템을 중심으로 관련 주체들의 정보 공유, 협업과 공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빈집거래와 주택의 물리적 개선을 공공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빈집 문제의 개선이 지속될 수 없다. 공공은 민간인의 참여를 전제로 빈집뱅크 등을 통한 현황정보를 지원하고,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양성하여 빈집과 도시재생을 잇는 자생적인 관리체계로 발전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