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웹진 보기

차기 정부의 지역발전 과제

인구감소와 지역발전

전경구(대구대학교 교수)

전국적으로 인구증가가 정체상태에 들어가고 있고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심각한 국가ㆍ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 졸업생들의 교사 임용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앞으로 더 많은 문제들이 야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우리나라에 있어서 지역인구 감소는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은 이미 1970년대 이후부터 인구이동이나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인구감소를 겪어 왔는데, 앞으로는 출산율의 저하와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 등으로 전국에 걸쳐 훨씬 광범위하게 발생될 것이다. 그리고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의 경우에는 인구가 지나치게 많이 감소되어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인구감소시대에 있어서 지역발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하나는 재생(regeneration) 또는 재활성화 (revitalization)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축소(shrinkage) 정책이다. 지역재생은 인구가 감소하거나 산업이 쇠퇴한 지역을 여러 수단을 이용하여 다시 성장시키는 접근방법이다. 출산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장려금을 지급하고 세금도 더 많이 감면해 주어 인구의 자연증가율을 높이거나, 공장과 공공기관 등의 유치를 통하여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인구유입을 촉진하기도 한다. 현재 정부에서 쇠퇴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이나 농촌중심지활성화 등의 정책은 대체로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정책들은 본질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성장 지향적인 패러다임의 하나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성장 패러다임에 빠져있어 인구가 감소하고 앞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증가할 것처럼 가정하여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관성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장 패러다임이 인구감소시대에는 적합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인구감소시대에는 새로운 대안적 패러다임의 지역발전전략이 필요한데 그것은 축소 지향적 패러다임이다. 이는 인구감소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고 주택을 비롯한 각종의 기반시설을 조정하는 정책으로, 축소도시계획은 축소 지향적 패러다임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가끔 축소모형과 재생모형 사이에 개념적 혼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특히 재생이라는 개념 속에 축소의 개념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두 모형은 명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두 접근방법은 인구감소 또는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 목적은 다르다. 재생은 원래 인구가 증가하던 지역이었으나 현재는 쇠퇴한 지역을 재활성화 하여 다시 성장을 촉진하거나 적어도 현 상태(status quo)로 유지하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을 의미한다. 반면 축소는 산업쇠퇴와 인구감소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고 이에 따라 예측되는 잉여 기반시설과 토지이용을 그에 맞추어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고자 하는 정책(right-sizing)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축소보다는 재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모든 쇠퇴지역을 재생하거나 재활성화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구감소가 급속히 진행되고 도시인구도 감소하는 지역이 급증하게 됨에 따라 축소계획에 관한 이론적ㆍ정책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의 경우에는 2003~2005년에 ‘독일 축소도시 프로젝트’연구를 수행하였으며, 미국에서도 2004년에 버클리 대학을 중심으로 ‘축소도시 국제 연구 네트워크’가 구축되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인구감소를 겪는 지역들에서는 지역발전에 대한 시각과 접근방법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 이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인구증가에 따른 지역성장의 경로(growth path)와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쇠퇴의 경로(decline)는 정확하게 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 특징이 서로 다른 비대칭적인 구조를 보인다. 지역의 인구가 증가하는 경우 주택을 비롯한 기반시설은 비교적 단기간에 증가하게 된다. 증가하는 인구는 기반시설의 수요자가 되어 필요한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공이 공급하여야 할 공공재도 증가하는 인구가 부담하는 세금을 재원으로 지방정부가 공급할 수 있다. 성장 지향적 계획 패러다임은 인구증가에 따른 기반시설과 토지이용을 원활하게 하는 계획적 장치이다.
     그러나 지역인구가 감소하는 경우 주택과 기반시설과 같은 자본스톡은 단기간에 감소하지 않는다. 주택이 비어 있거나 기반시설의 이용자가 없더라도 이를 철거하는데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경제주체가 이를 부담할 동기가 없으며 기반시설은 규모의 경제와 불가분성 때문에 일부만 철거할 수 없다. 토지이용에 있어서도 상위의 용도지역을 하위의 용도지역으로 변경하기 어려운 불가역성이 있다.
     만약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정책이나 계획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쇠퇴를 가속화하고 기반시설의 유지 및 관리비용 부담이 훨씬 높아질 것이며 토지도 용도에 따라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예컨대 늘어나는 빈집을 그대로 두는 경우 유리창 효과와 같은 부의 외부효과로 이웃들도 동네를 떠나 더 많은 집들이 빈집으로 남을 것이며 이용자가 부족한 도로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가구당 유지비용이 훨씬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와 같은 사태에 대비한 정책적 준비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빈집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대부분의 계획법은 아직도 인구와 산업이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서 만든 성장 지향적 법률체제이다. 성장은 대부분의 관계인들이 선호하는 정책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만 축소정책은 인기가 없다. 정치인은 비록 불가능하더라도 성장의 비전을 보여야 하고, 관료체제는 지역인구가 성장할 때 융성할 수 있다. 지역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축소정책에 따라 주민들의 복지수준과 만족감은 훨씬 증가할 수 있다. 빈집들이 정비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면 동네도 보다 활기가 넘치며 주민들의 불안감도 감소하게 되고, 기반시설이 적정수준으로 조정되면 부담비용도 줄어들게 된다. 용도지역이 하향적으로 조정되면 주민들은 훨씬 더 넓은 오픈 스페이스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축소정책은 장기적으로 지역의 재생을 촉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축소정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국의 모든 쇠퇴지역을 모두 재생할 수 있는 것처럼 재생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가눙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구조적으로 쇠퇴가 불가피하고 재생이 불가능한 곳은 축소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축소를 위한 계획체제를 연구하고 시행하는 일은 도시 및 지역관리 정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