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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

양질의 일자리와 다양한 일자리

이관률(충남연구원 연구위원)

     1. 문제제기
     최근 세계 경제는 보호무역주의, 경제 불황 등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국내 경제는 주력산업의 수출부진과 내수부진으로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경제성장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을 제시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핵심적 내용으로 삼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오히려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부작용과 사회적 양극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와 다양한 일자리라는 두가지 관점에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2. 일자리의 유형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중의 하나가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이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적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라고 한다면, 고용계약이 안정적이고, 임금이 높은 사무직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취업준비생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공무원이다. 분명 양질의 일자리는 중요하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국가와 지역경제가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이고, 설사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더라도 일반의 지역주민이 고용될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 못지않게 다양한 일자리가 필요로 한다. 특히 도시저소득층과 농촌지역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보다는 다양한 일자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도시저소득층과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안정하거나 임금이 낮지만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농민을 가정해 보자. 농민은 농업이라는 1차 산업에 종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만으로 가구에서 필요로 하는 충분한 소득을 창출할 수 없다. 그리고 농업은 1년 연중, 그리고 하루 종일의 노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영농철이나 영농행위를 하지 않는 일과의 시간을 이용해 다른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다. 즉 도시저스득층과 농촌지역에서는 본업으로 충당이 되지 않는 부족한 소득을 보충할 수 있는 부가적인 일자리, 즉 다양한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에만 국한되어 접근해 왔고, 실제 필요한 다양한 일자리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3. 다양한 일자리의 창출 방안
     다양한 일자리를 기본적으로 지역주민들이 일자리에 종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주민이 종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일자리,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나 재화를 공급하는 일자리가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일본 가마카쓰마을의 낙엽산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고령화로 인해 지역사회가 침체되고 지역을 유지할 수 있는 마땅한 산업도 없었다. 그러나 가마까스마을은 낙엽이 매우 아름다운 지역이었다. 고령화된 지역주민들은 낙엽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였고, 음식의 장식용 낙엽을 판매하기 시작해 일자리를 창출하였다. 이처럼 지역자원을 활용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실제 일자리를 고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아일랜드의 경우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공서비스 및 재화를 공급할 때,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아일랜드의 지방정부는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재화를 매년 9월에 공고를 하고, 지역주민들이 해당 서비스와 재화를 공급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한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은 월 60만원 정도의 추가적인 소득을 벌 수 있게 된다. 아일랜드의 일자리 창출사업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재화의 공급과정에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흥미롭다. 이는 우리나라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공공근로사업의 발전되고 확장된 형태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4.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국가적 측면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더 중요할 것이고, 지방적 차원에서는 다양한 일자리가 더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일자리가 중요하지 않고, 지방적 차원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차원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차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국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둔 일자리의 정책을 추진한다면, 지방정부는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양질의 일자리와 다양한 일자리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중앙정부는 산업단지의 고도화 및 전략산업의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둔다면, 지방정부는 공공서비스 공급과정에서 지역일자리 창출, 가업 잇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 취농교육을 통한 일자리 창출, 마을기업과 사회적 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선순환형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