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인접한 도시로서 한 때는 대구의 위성도시(?)라 불리우던 경산시(慶山市). 경산시는 2017년 10월 주민등록인구 268,252명으로 경주를 앞질러 포항, 구미에 이어 경상북도의 3대 도시로 성장하였다. 경산시의 면적은 411.2㎢(2.2%)로 경북에서는 울릉군과 고령군 다음으로 작은 규모이나, 2015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은 71,358억원(7.5%)으로 구미시, 포항시, 경주시에 이어 경북에서 네 번째를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업체수 및 종사자수는 각각 3위, 지방세 수입규모는 4위이고, 대학교는 10개가 입지하여 확고부동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경산이 이렇게 성장한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요인은 대구라는 대도시에 인접한 것을 들 수 있다. 대구의 공간 확산으로 인해 인구와 산업이 비용이 저렴한 경산으로 이전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경산의 성장을 설명하기에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경산시는 오래전부터 도시가 성장할 방향, 즉 도시의 미래상을 설정하고 그에 걸맞은 추진전략을 세웠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경산시는 도시기본계획 및 장기발전계획을 통하여 미래상을 설정하였다. 대학도시, 학원연구도시(1994), 과학기술도시(1997), 첨단산업 및 기술혁신도시(2017) 등으로 경산시의 미래상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약간의 변화는 있었으나 과학기술 및 산업을 도시발전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제시하였고, 그 바탕에는 대학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8년에는 ‘창의 지식서비스 행복도시’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경산발전전략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경산시장과 경북테크노파크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회에는 4차산업혁명분과, 청색기술분과, 美-뷰티기술분과, 휴먼의료기술분과, 청년희망분과, 창의문화분과, 중소기업분과, 스마트농업분과, 착한나눔분과, 행복건강분과 등 10개의 분과위원회에 연인원 193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을 다듬고 있다.
경산의 성장과정과 미래의 변화에 있어 대학과 테크노파크의 기능과 역할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의 성장이나 발전에 대학이 기능한 사례는 무수히 많이 찾을 수 있다. 경산에는 5개의 종합대학을 비롯하여 10개의 대학이 입지하고 있다. 대학의 기능이 미래의 지역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서부터 대학에서 배출된 인재가 지역에 머물고 거주하기 위한 양질의 공간을 조성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수한 기술과 연구역량을 보유한 교수가 개발한 기술을 지역 기업에 이전하고, 기업은 이를 생산하기 위하여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대학에서 배출된 인재를 고용하는 형태의 선순환구조 정립에 있어 대학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선순환구조를 찾는 것이 매우 드물다. 즉, 산학협력이나 기술이전의 많은 과정에서 상당한 삐걱거림이 발생하고 있다. 대학은 상아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기업은 대학을 기술개발의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거나 연구실의 문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석․박사 등 고급인력의 대부분이 머물고 있는 대학의 기능을 부정하고는 지역이 성장할 수 없다. 대학을 산학협력의 당사자로 인정하고, 현장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 이러한 미완의 연결을 완전체로 만들어 주는 기능을 테크노파크가 수행해야 할 것이다. 테크노파크는 기술개발과 기술이전 뿐만 아니라, 대학과 기업 즉 산학간의 연계를 을 통하여 지역의 기업을 육성함에 설립의 목표를 두고 있다.
1997년 국가가 지원하는 시범테크노파크로 선정된 경북테크노파크는 1998년 재단법인으로 설립되어, 2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정책기획단과 기업지원단, 지역기업육성실 및 특화센터 등의 조직에 약 150명의 연구원이 지역산업육성을 위한 기획, 기술개발, 기업지원, 네트워킹 및 브로커, 투자유치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2017년말 경북테크노파크에 입주한 기업의 매출액이 1조원을 상회하여 명실상부한 유니콘(Unicorn) 테크노파크로 불리우고 있다.
최근 경산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로 청색기술산업을 들 수 있다. 청색기술이란 자연의 원리를 차용하거나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기술을 말한다. 경산시는 환경부, 경상북도, 전라남도 등과 청색기술 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국제포럼을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지역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 기계부품산업과 청색기술을 접목시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청색기술 원천 확보 및 R&D 연계협력체계 구축, 기업 기술이전 등 청색기술산업의 저변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산시가 지향하는 청색산업을 비롯하여 지역의 자원과 특성에 기반한 산업을 선정하고, 대학 및 테크노파크와 협력하에 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하여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첫째, 경산시에 대학 및 테크노파크의 기능 강화를 전담하는 부서의 설립이다. 대학이 가장 많이 있고, 20년의 역사의 테크노파크가 입지한 경산시에 대학과 테크노파크와 관련된 업무는 다양하게 흩어져있다. 4차 산업혁명은 융합의 미(美)가 중요한 바, 이들을 위한 전담부서의 설립이 요구된다.
둘째, 기존 기관에 대한 내실화이다. 기존 정책, 기존 기관, 기존 사업에 대한 관심보다 신규 정책, 신규 기관, 신규 사업에 관심이 높은 것을 종종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신규 정책, 기관, 사업에 올인한 결과, 정책간 부조화, 기관간 중복, 부실한 사업운영 등의 문제가 나타나는 바, 기존 정책, 기관, 사업에 대한 전문화, 기능 확대 등의 내실화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트렌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대표선수의 선정이다. 자원의 제약으로 인해 모든 산업, 모든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어쩔 수 없이 불균형성장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투자의 효율성뿐 아니라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는 분야 즉 대표선수의 선발이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