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주 달라스 남쪽으로 35번 고속도로를 따라 한 시간 반 정도 운전하다보면 작은 도시 와코(Waco)를 만나게 된다. 와코는 인구 13만 명
1)이 거주하는 도시로 텍사스의 대표 도시인 달라스나 휴스턴, 오스틴, 샌안토니오 등과는 다른 소규모 도시이다. 1849년 후아코(Huaco) 원주민의 정착으로 역사가 시작된 와코는 닥터페퍼 음료의 본 고장이며, 보스크(Bosque) 강이 도시 다운타운 바로 위를 지나가는 풍부한 자연환경을 갖추었다
2).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던 와코는 1970년대 들어 급격한 성장 정체를 겪은 후 현재는 큰 인구성장 동력을 갖추지 못한 채 도시 내에 위치한 베일러 대학(Baylor University)에 크게 의존하는
3) 대학도시로 전락하였다. 한 때 급격한 성장을 자랑하던 산업도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사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은 도시 와코가 2018년 미국(국내)에서 여행해야할 장소 2위
4)로 꼽힐 만큼의 주목을 최근 들어 받게 되었으니, 이는 바로 미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큰 성공을 거둔 와코 출신 칩(Chip Gaines)과 조안나(Joanna Gaines) 부부의 활약이 인기를 끌어온 까닭에 있다. 현재 와코에 위치한 그들의 사업장 메그놀리아 마켓(Magnolia Market at the Silos)은 주간 방문객 3만 명을 넘고 연 방문객 160 만 명
5)에 달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2013년, 텍사스의 작은 도시 와코에서 메그놀리아(Magnolia)라는 브랜드 명으로 하우스 리모델링 디자인 사업을 운영하던 칩과 조안나 부부는 HGTV채널의 픽서어퍼(Fixer Upper)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제안 받았다. 픽서어퍼 프로그램은 고객의 예산에 맞춰 집을 구매 후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리얼리티 쇼로 보여주는 형식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이 후 미국 전역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을 어색해하였다는
6) 그들은 2013년 파일럿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2014년 시즌 1 방영을 시작하였고
7) 2018년 4월 시즌5를 마지막으로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종영하였다. 이 프로그램이 미국 전역에 인기를 끈 후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많이 소개되었으나 이 프로그램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까닭에는, 이 부부의 과장 없는 솔직함의 매력, 그리고 프로그램에 계속 등장하는 네 자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매력이 더했으리라. 2018년 현재 이들은 가족과 본업에 충실하기로 하고 프로그램을 종영
8)하였다.
이들의 성공적인 TV 프로그램 활약과 더불어, 메그놀리아 사업장이 위치한 와코에 방문객이 잦아진 데에는 더 큰 까닭이 있다. 메그놀리아 부부는 사업의 성공과 더불어 더욱 대담한 행보를 하게 되는데, 이는 바로 와코 중심지에 위치한 버려진 공장을 사들여 이들의 새로운 사업소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현재 이들의 사업소 메그놀리아 마켓은 오픈스페이스를 겸비한 놀거리 먹거리가 어우러진 관광명소로 타지에서 이들을 보러 온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브라운필드(Brownfield) 재개발을 떠올리면, 공공의 주도하에 오래된 산업시설을 리모델링하여 도서관을 유치하는 등의 공공사업을 나열하게 된다. 이러한 선입견을 깨뜨린 이 부부의 사업은 브랜드 메드놀리아의 가치에 힘을 입어 더욱 견고히 와코의 명성을 미국 전역으로 떨치고 있다. 현재, 와코 중심가에 위치한 이 낡은 공장(저장소, Silos)이 한때 도시경관을 해치는 오래된 산업 시설물이었다면, 이제는 멀리서도 관광객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하는, 메그놀리아 브랜드를 상징하는 랜드 마크로 탈바꿈하였다. (사진참조)

메그놀리아 마켓 전경
이들의 과감한 디자인 행보도 놀랍지만, 이 부부의 프로그램 구성 능력도 메그놀리아 마켓의 성공요소라 짚어볼 수 있다. 메그놀리아 팬이라면 기본적으로 집을 꾸미거나 수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소비층으로, 메그놀리아 마켓은 이들이 메그놀리아 브랜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샵을 겸비한 것은 물론이며, 이 외 간단히 허기를 채울 수 있는 푸드트럭과 베이커리,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잔디와 벤치, 그리고 마켓 내 정원에는 화분 및 정원 관리 물품을 겸비한 샵을 갖추고 있다. 이 부부의 매력이 단순한 하우스 리모델링이나 TV프로그램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 대중이 원하는 공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시설들이 ‘장소만들기’라는 명목 하에 적절한 프로그램 없이 투자되어 설치되고 또 결국 버려지고 있는가를 생각했을 때, 칩과 조안나 부부의 안목은 도시계획가라면 한번쯤은 끄덕이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섬세하고 치밀한 감각은, 와코 시와 협력하여 도심 내 무료 대중교통인 트롤리(Trolley) 운영을 하고자하는
9) 도심 활성화에 대한 고민에서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유명세를 타기 전에 이용하던 도시 외곽의 사업장을 버리지 않고 현재 할인행사 장소로 이용하고 있음을 보았을 때, 이들이 과거를 단순히 버려지는 공간으로 여기지 않고 있음 또한 알 수 있다. 메그놀리아 마켓을 구경하다 보면, 이들의 성공에도 오만하지 않는, 소소한 그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메그놀리아 마켓 내부 오픈스페이스
현재 와코는 메그놀리아의 성공으로 바쁘다. 인구 13만 도시에 연간 16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으니, 연간 관광객이 170만 명인 텍사스의 대표적인 관광지 샌안토니오 알라모(Alamo)와 견줄만한 명소가
10) 아닐 수 없다. 물론 5년도 채 되지 않은 메그놀리아 마켓의 지역파급효과를 가늠하긴 아직 이르다. 그러나 지방 중소도시에게 대도시와는 다른 지역기반 사업이나 특정 관광사업을 유치하여 인지도를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많은 경우 공공주도 사업으로 도시 이미지를 브랜드화하려는 노력을 하는데, 메그놀리아의 사례는 평범한 사업가가 지역기반으로 성공하여 지역과 상생하며 성장을 하고 있는 눈여겨볼 사례이기도 하며, 공공의 협조적 위치가 중요함을 느끼게 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여담으로, 조안나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이 은근히 드물다. 항상 롱부츠를 신는 활달한 스타일리스트 조안나는 그의 요리책(Magnolia Table: A Collection of Recipes for Gathering)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불고기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며 하이브리드 불고기 레서피를 공개하기도 하였다
11). 한민족을 운운하기에는 너무나 글로벌화된 현재이지만, 조안나와 한국과의 관계를 알고 왠지 모를 반가움이 드는건 기분 탓일까.
이들의 성공에 비해 과하지 않고 소소하게, 그러나 대담하게 이들의 지역기반인 와코를 중심으로, 이제는 도시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관광명소로 떠오른 메그놀리아 마켓. 미국 텍사스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4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12) 이곳을 한번쯤은 가보는걸 추천한다. 물론 미국 텍사스 주가 한국(남한) 면적의 6배임을 감안했을 때, 텍사스를 방문한다고 쉽게 들릴 수 있는 건 아님을 덧붙이며.

메그놀리아 마켓 내 푸드트럭

메그놀리아 마켓 추가 사진

메그놀리아 마켓 추가 사진
<참고문헌>
1) 2017년 기준 통계청 자료 (https://factfinder.census.gov/faces/nav/jsf/pages/index.xhtml)
2) 와코 공식 홈페이지 참조 (https://www.waco-texas.com/about.asp)
3) 와코 상공회의소 자료.http://wacochamber.com/customized-reports-print/?WCRBAction=Load&WCRBSections=BAI05
4) https://www.businessinsider.com/trip-advisor-top-us-places-to-visit-in-2018-according-to-travelers-2018-1
5) https://www.businessinsider.com/hgtv-chip-and-joanna-gaines-made-waco-texas-top-travel-destination-2018-1
6) The Magnolia Story by Chip Gaines and Joanna Gaines with Mark Dagostino
7) https://www.wacotrib.com/news/business/waco-based-hgtv-home-remodeling-series-begins/article_357b354f-128e-5d15-b911-0b6dec42a313.html
8) https://www.businessinsider.com/fixer-upper-hgtv-chip-joanna-gaines-final-season-decision-2017-10 (2018년 11월 현재 이들은 새로운 채널을 시작하겠다고 선언을 하기도 하였다.)
9) 칩과 조안나가 홍보하는 와코 다운타운 대중교통 트롤리 정보 (https://www.waco-texas.com/transit/silo-trolley.asp)
10) https://www.mysanantonio.com/news/local/article/The-real-numbers-The-Alamo-still-more-popular-12375108.php
11) https://www.huffpost.com/entry/joanna-gaines-bulgogi-recipe_n_5ae0ca01e4b02baed1b5caea
12) 메그놀리아 마켓은 2015년에 오픈하였다.https://www.wacotrib.com/calendar/other/magnolia-market-at-the-silos-grand-opening-with-johnnyswim/event_4bfae9b2-523e-11e5-8031-6358e109fd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