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신이 살 공간을 스스로 마련하거나 자연을 살 공간으로 사용하며, 따로 임대료도 지급하지 않는다.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도 자가든 임대든 간에 안정된 주거를 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인구 5천만이 넘고, 소득 3만불이 넘는 세계 7대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주거권 사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으며, 유독 가난한 저소득층은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저 소득층이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한국은 지속적인 주택공급으로 절대적인 주택 부족 문제가 거의 해결되었지만 저소득층의 주거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아 있다. 특히 주택이 주거공간보다는 부동산 상품화된 지 오래다. 주거비 부담에 대한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움은 무시되고 최대한 이윤 추구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어 저소득층이 주거개발지에서 내몰림 현상으로 인해 주택으로 인한 세대별, 계층별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96년 해비타트 II에서 ‘적절한 주택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점을 믿고 있다’고 천명했고, 2015년에는 주거권을 처음으로 명시한 주거기본법이 제정되었지만, 주거권은 여전히 다른 권리에 비해 매우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국가가 사회의 약자 보호 및 주거권 실천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어, 가난한 사람들의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는 현실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장기공공임대주택이 전체 주택 재고의 5%에 불과해 임차인들이 대부분 민간주택에 거주하고 있지만, 소득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임대료에 대한 규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주택 품질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저렴한 임대주택은 열악한 주거환경에도 불구하고 임대인과 정부에 의해 방치되고 있으며, 현재 사는 곳에서 나가면 주거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심지어 비인간적인 주거환경을 감내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정부 공식통계에 따르면 2013년에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1.3%로 국가 전체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으며, 2017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103.3%이며 서울과 수도권도 각각 96.3%와 99.5%에 이르고 있다. 이쯤 되면 양적인 측면에서 주거문제는 거의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는 저소득층의 주거불안 해소에 치중하기보다는 폭등하는 집값은 안정시키고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수도권에 3기신도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양주 왕숙신도시, 하남 교산신도시, 인천 계양신도시, 고양 창릉신도시, 부천 대장신도시 건설하겠다고 선언하였으며, 이들은 대체로 서울에서 평균 2km 정도의 거리로 주택공급의 양적 확대와 함께 강력한 투기 억제 장치가 선행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니 가격이 오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으며, 올바른 정책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정부 정책이 시원하게 들리기는커녕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해서 저소득층의 주거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오히려 경제력이 있는 가구들의 투자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주택을 통하여 수익이 난다고 판단되면 주택시장은 금방 달아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냉각되어 역전세 현상까지 발생하는 것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시장의 현실로, 신도시 개발로 주택가격의 상승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주택문제의 아킬레스 근이라 할 수 있는 저소득층의 주거권 확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해방과 6.25 전쟁이후 언제 서울에 집이 남아돈 적이 있었던가? 60년 동안 계속해서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주택을 공급해 왔지만, 아직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60여 년 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6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것을 신도시 건설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강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수급 불균형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임을 간과한대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정치, 경제, 사회 심지어 문화까지 거의 모든 것이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향후 출산을 앞둔 젊은 층이 해마다 교육과 직업을 따라 서울로 이동하여 신규 수요를 발생시키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더구나 전체 인구수는 도시마다 정체되거나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경향을 보이지만, 이에 반해 가구 분화를 통해 가구수는 당분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며, 특히 1인 가구가 급격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자연 멸실로 인한 수요까지 감안하며 주택수요,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택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며, 시장원리에 맡겨서는 저소득층의 주거권 확보도 당분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규 주택공급 정책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미래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주택이 주거공간의 기능보다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하다면 서울에 주택을 마련하려고 하는 현상이 팽배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식으로 든지 서울에 주택을 마련하여 가격이 향상되기만 하면 엄청난 재산증식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 현상은 기존의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수요와 함께 서울로 취업 및 학업을 위한 유입인구 및 지방에서의 자산증식수단으로써의 주택수요를 감안한 정책을 수립하여야 수급 불안정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멸되고 있는 농촌지역과 중소도시의 빈집 문제는 이대로 버려둘 것인가? 정부 당국자가 관심을 놓고 있는 사이에 지방중소도시는 빠른 속도로 쇠퇴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이의 대부분은 서울 및 지방 대도시로 이주하고 주민의 대부분이 경제 활동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층이 많이 거주함에 따라 폐농, 폐촌이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의 주택문제를 단순히 서울의 시각에서 볼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서울의 주택문제는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과 함께 주택이 거주공간으로서의 역할이 확대되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서울과 수도권의 주거권 확보는 지방의 공가를 채울 수 있는 방법과 병행되지 않으면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 예상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기존의 주거기본법을 넘어 정부차원에서 보다 강화된 저소득층 주거 마련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지방 공가문제 해결도 동시에 고려되어야만 서민층의 주거권 확보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민중당 주거권 위원회(2019), 대책 없이 쫓겨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서종균, 주거권 개념과 국제적 조약.
주거기본법(1985), 제1, 2조.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NGO 모임,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 방한 2018 한국 주거권 보고서, 2018.05.
유영우, ‘주거권’의 사회적 의미,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사무총장
하성규(1999), 적절한 주거와 주거권 보장, 주택연구 제7권 1호, 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