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자동차를 위한 도시 (automotive city)의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를 꼽을 것이다. 처음 박사 공부를 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기 전 비행기에서 바라본 로스앤젤레스의 모습은 필자의 머릿속에서도 쉽게 잊히지 않았다. 광활한 고속도로와 그 고속도로를 메운 승용차의 행렬, 그리고 끝도 없이 펼쳐진 저층의 주택들… 그것이 로스앤젤레스의 강렬한 첫인상이었다. 실제로 로스앤젤레스 메트로 지역은 미국에서 뉴욕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비슷한 순위권 지역에 비해 낮은 대중교통 이용률을 기록해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근하는 로스앤젤레스 시민의 비율은 평균 10% 이하로, 이는 시카고, 보스턴 등 다른 메트로 지역보다 형편없이 낮은 수치이다.
로스앤젤레스시는 자동차를 위한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하여 최근 십여 년간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 가령 2010년 이후로 개통된 이 지역의 전철 역의 개수는 약 20개이며, 향후 10년간 약 25개의 역을 더 설치할 계획을 하고 있다. 즉 계획에 따르면 약 10년 후의 로스앤젤레스 지역은 그 어떤 도시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대중교통 네트워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로스앤젤레스 도시계획가들이 말 못 할 고민 탓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대중교통 이용률 추세이다. LA Times기사
1에 따르면 2013년 이후로 로스앤젤레스 지역 대중교통 이용률은 매년 감소해왔다. 물론 대중교통 이용률 감소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2 근래에 출판된 연구들과 미디어가 이러한 추세를 앞다투어 발표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낮은 대중교통 이용률을 가지고 있었고 최근 대중교통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이러한 추세에 대한 타격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일까? 대중교통 이용률 감소는 비교적 최근의 트렌드이기 때문에 사실 아직 학계에서는 이렇다 할 정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다만 연구자들이 여러 가지 잠재적 원인을 제시해 왔을 뿐이다. 첫 번째 잠재적 원인은 공유 교통 시스템의 확장이다. Uber가 2012년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처음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로 승차 공유 (ridesharing)는 시민들의 이동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하지만 이는 과거 대중교통에 의존해야만 했던 일부 시민의 선택 권한이 넓어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승차 공유뿐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시는 최근 공유 자전거 (Metro Bike Share)와 공유 스쿠터(Lime scooters)도 도입하였으며, 이러한 새로운 교통수단들이 기존의 대중교통 통행의 일부를 대체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잠재적 원인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미국의 경기이다. 2007년에서 2009년까지 있었던 경제 불황으로 나빠졌던 경기가 최근 회복세에 들어서고 가솔린 가격까지 계속 낮게 유지됨에 따라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제적 인센티브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저소득층의 자동차 보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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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도 빼놓을 수 없는 잠재적 요인이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대중교통 이용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해온 것은 사실이나, 노선별, 역사별 승객 승하차 이용 패턴을 보면 대중교통 이용률이 균등하지 않게 감소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4 구체적으로, 최근에 연장된 Gold 라인과 Expo 라인은 이용자 수가 증가했으며, 대부분의 이용률 감소는 가장 오래된 노선인 Blue 라인과 Green 라인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 두 라인의 서비스 품질과 관련된 이슈(전철 연착과 잦은 고장 등)가 끊임없이 제기되었을 뿐 아니라 2019년에 보고된 한 연구
5에 따르면 주로 저소득층 동네에 위치한 Blue 라인과 Green 라인의 전철역들에 대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다른 고소득층 동네 전철역에 비하여 평균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낮은 대중교통 서비스 질이 로스앤젤레스 지역 대중교통 이용률 저하에 이바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도시계획학자들과 실무가들이 최근 대중교통 이용률 감소 현상에 대한 다양한 원인을 분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책은 나오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향후 로스앤젤레스의 대중교통 투자와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운전 문화가 뿌리 깊은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는 대중교통 투자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도 다른 지역에 비해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도시계획자와 교통정책가들이 대중교통 이용률을 증진할 창의적인 해결책을 빠른 시일 안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 로스앤젤레스시가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고 21세기에는 자동차 도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벗는다면 어떻게 벗을 수 있을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참고문헌>
1 “Ridership on Metro fell to the lowest level in more than a decade last year” Los Angeles Times. Accessed Dec 19, 2019, https://www.latimes.com/local/lanow/la-me-metro-ridership-20180124-story.html
2 “Falling transit ridership poses an ‘emergency’ for cities, experts fear” The Washington Post, Accessed Dec 19, 2019, https://www.washingtonpost.com/local/trafficandcommuting/falling-transit-ridership-poses-an-emergency-for-cities-experts-fear/2018/03/20/ffb67c28-2865-11e8-874b-d517e912f125_story.html
3 Taylor, B. D., Manville, M., & Blumenberg, E. (2019). Why is public transit use declining? Evidence from California. Presented at the 99th Annual Transportation Research Board meeting
4 Accessed Dec 19, 2019, https://la.curbed.com/2019/2/1/18204376/los-angeles-transit-ridership-down-trains-buses
5 Shin, E. J. (2019). What Can We Learn from Online Reviews? Examining the Reviews of Los Angeles Metro Rail Stations. Journal of Planning Education and Research, 0739456X19870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