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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훈(명지대학교 행정학과)
1. 서론
우리나라와 북한이 과학기술경쟁력을 높이고, 한반도에서의 공동체를 형성해 가며, 무엇보다도 통일을 대비하여 과학기술협력을 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간의 과학기술협력은 그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남북한의 인적교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협력은 좀처럼 확대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보다 효과적인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새로운 모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통일의 시기가 매우 가까워오는 시점에서 그 대비가 시급하다고 까지 말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도 통일과정에서 특별히 동독 과학기술체계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는데,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비용은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이춘근, 배용호, 2005). 여기에는 동독 과학기술체제의 급격한 구조 변화, 동독 과학원의 해체, 대학 및 고등기관의 구조 변화와 산업 R&D의 약화 등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통일과정에서 이러한 혼란과 비용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통일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남북한 과학기술체제에 대한 조사와 평가, 그리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모형의 구축은 의미를 가질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협력적 거버넌스(Governance) 이론과 그 모형을 통한 남북한 과학기술협력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협력적 거버넌스란 국가 발전이나 통합을 위한 경제적 및 사회적 자원의 관리방식 중의 하나로써 특히 협력이 필수적인 이슈나 문제에 대해서 자원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해결해 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효율적인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면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을 확대하고 통일의 비용을 줄이고 국민의 참여를 높이며, 무엇보다도 남북한 간의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들의 참여와 신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남북관계의 개선과 함께 통일 후의 과학기술분야에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될 것이다.
아래의 [그림 1]은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의 결정요인들을 간단하게 보여주고 있다.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은 관계요인, 조직요인, 상황요인으로 구성되며, 각 요인들은 균형과 신뢰; 리더십, 제도, 조직과 예산; 그리고 외부효과라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세 가지 결정요인들이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으로 구체화시키고 그 실행방안을 제시하는 연구이다.
[그림 1]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의 결정요인
2.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거버넌스 분야의 모색과 통일시기별 역할
남북한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하여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를 한꺼번에 해 나가는 것 보다는 남북한 간의 협력이 가능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분야를 정하여 시범사업과 같이 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그리고, 시범사업의 과정에서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을 적용하여 나가는 것이 지속적으로 남북한의 과학기술협력을 지속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을 통한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에 적절한 분야를 선정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준을 가질 수 있다.
첫째,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이 가능한 분야 남북한의 경제협력 및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분야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협력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분야에 대해서 이를 협력적 거버넌스로 발전시키려는 전략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협력사업이었던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이나 개성공단사업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수영 외, 2001; 이석기, 2006; 안병민, 2014).
둘째,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 중에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 분야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셋째, 남북한 표준체계 상의 유사성이 높은 분야를 선정하여 이를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로 발전시키는 방안이 있다. 남북한 표준체계와 관련된 연구들은 다양하게 있지만 이 중에서도 최기선(2003)과 이춘근(2005)의 연구들에 의하면 남북한 간의 용어를 포함한 표준화체계 비교 및 통합은 남북협력의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남북한 표준체계를 비교해 보고 이 들 중에서 유사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과학기술분야의 협력을 구축하는 것은 효율적인 전략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세 가지 기준(남북한 협력의 경험, 기존의 관련연구의 발전 및 응용, 그리고 남북한 표준체계 비교 상 유사성)을 통해 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 분야와 전략을 가지고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
협력 분야를 먼저 살펴보면 철도와 도로와 같은 교통분야, 전력과 석탄 등을 포함하는 에너지 분야,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한 섬유, 기계금속, 전기전자, 화학 산업분야, 그리고 북한에서 최근들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와 생명공학(BT), 그리고 나노기술(NT) 분야를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재난재해 구호활동과 관련있는 건설분야와 식량증산에 연결된 농업분야 역시 고려해야 할 협력분야이다. 협력 전략을 구분해 보면 크게는 정부차원 협력적 거버넌스, 국제 네트워크 협력적 거버넌스, 그리고 민간차원 협력적 거버넌스로 나뉠 수 있다. 아래의 <표 1>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의한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을 제시하고 그 의의, 조직, 역할 및 거버넌스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통일단계에 대해서 설명한다.
<표 2> 남북한 과학기술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의 의의, 역할과 통일단계
시도별 | 거버넌스 | 의의 | 역할 | 통일단계 |
---|---|---|---|---|
정부차원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 |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위원회 | 남북한 과학기술협력 전반에 걸친 중심적인 거버넌스 모형 |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하부 거버넌스 조직 구축 및 운영관리 | 통일여건조성기, 통일완성기 및 통일성숙기의 전단계에 걸쳐 운영됨을 원칙 |
남북한 과학기술 부처간 협력창구 개설 | 남한과 북한의 정부조직 중에서 과학기술분야를 담당하는 유사한 기능의 기구들 간의 협력을 통한 거버넌스 모형 |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실무적인 정부, 민간 및 국제기구 활동을 지원하고 다국간 거버넌스 구성에도 관여함 | 통일여건조성기의 후반기 내지 통일완성기에 활용성이 높음 | |
남북한 과학기술협정 체결 | 남북한 간의 과학기술협정을 통해서 남북한 간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협력관계 구축 | 남북한 간의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실제적인 근거가 되며 협력의 구체적인 매뉴얼 역할을 함 | 통일여건조성기에 활용성이 높음 | |
국제 네트워크 차원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 | 국제기구 협력적 거버넌스 | 남북한 간의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국제기구와의 공동 노력을 통한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에 대한 파악 및 지원활동 증가 | 통일성숙기에 활용성이 높음 |
해외동포 및 한민족 협력적 거버넌스 | 동북아 및 해외에 거주하는 한민족 과학자들을 활용한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 동북아 및 해외 한민족 과학자 네트워크 구축과 남북한 과학기술협력 사업 추진 | 통일여건조성기에 활용성이 높음 | |
중?러 협력적 거버넌스 | 현재 북한의 철도 및 교통 분야에 많은 영향력을 주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참여시키는 다국적 협력 거버넌스 모형 | 철도, 항만, 공항 등 교통 분야의 남북한 과학기술협력 | 통일완성기와 통일성숙기에 걸쳐 활용성이 높음 | |
민간차원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 | 개성공단 협력적 거버넌스 | 개성공단 내의 기업활동과 연계된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거버넌스 모형 | 섬유, 기계금속, 전기전자, 화학 분야의 남북한 과학기술협력 | 통일여건조성기에 활발하게 활용하여 그 방법을 매뉴얼화 |
연구 및 교육활동 협력적 거버넌스 | 남북한 간의 대학, 연구기관 및 교육기관 등의 과학기술협력을 통한 거버넌스 모형 | 학술교류, 기술교류 및 과학기술 인력양성 및 교육활동 | 통일성숙기에 활용성이 높음 | |
재난재해 협력적 거버넌스 | 북한의 재난재해 복구활동의 핵심적인 건설, 도로 및 교통 분야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과 이를 활용한 남북한 과학기술협력 강화 | 북한의 재난재해 복구활동 및 공동연구를 통한 남북한 관계개선 및 거점확보 | 통일여건조성기 및 북한 재난재해 발생 시에 운영 | |
북한이탈주민 협력적 거버넌스 | 북한의 과학기술분야 경험이 있는 북한이탈주민을 활용한 거버넌스 모형 | 북한이탈주민들이 종사했던 분야를 중심으로 과학기술협력 | 통일완성기에 활용성이 높음 |
이러한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를 안상욱(2010)의 통일시기 분류를 기초로 통일과정에 따른 거버넌스 모형들을 설명하고자한다 (아래의 <표 3> 참조).
<표 3> 남북한 과학기술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의 의의, 역할과 통일단계
통일과정 | 협력적 거버넌스 | 남북한 과학기술 협력적 거버넌스의 분야 | 특징 |
---|---|---|---|
통일여건 조성기 |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위원회, 과학기술 부처 간 협력창구, 남북한 과학기술협정 체결, 해외동포/한민족 거버넌스, 개성공단 협력적 거버넌스, 재난재해 협력적 거버넌스 | 섬유, 기계금속, 건설, 도로와 같이 남북한 경제협력에 직접적인 필요가 있는 분야; ICT, BT, NT 등 북한에서 관심을 가지는 분야 | 민간 및 국제 거버넌스 주도 및 정부 보조적 역할 |
통일완성기 |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위원회, 과학기술 부처간 협력창구, 중?러 협력적 거버넌스, 북한이탈주민 협력적 거버넌스 | 철도, 도로, 항만 등 교통분야; 전력 및 석탄 등 에너지 분야 | 정부역할 확대와 민간의 보조적 역할과 국제협력 강화 |
통일성숙기 | 국제기구 협력적 거버넌스, 중?러 협력적거버넌스, 연구/교육 협력적 거버넌스 | 남북한 과학기술의 국제화 필요 분야 및 기술인력교육 분야 | 정부의 전체적인 조율 및 국제 네트워크와 연구활동 증가 |
우선 통일여건조성기의 경우에는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위원회, 과학기술 부처 간 협력창구, 남북한 과학기술협정 체결, 해외동포/한민족 거버넌스, 개성공단 협력적 거버넌스, 재난재해 협력적 거버넌스 등이 상대적으로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 시기는 남북한 간의 신뢰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개성공단이나 재난재해 복구활동과 같이 민간부문의 역할이 크거나 북한의 실제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과정에서 과학기술협력을 하거나 해외동포 및 동북아 한민족 인적자원을 활용한 거버넌스가 되어야 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 기간에는 섬유, 기계금속, 건설, 도로와 같이 남북한 경제협력에 직접적인 필요가 있는 분야의 과학기술협력을 하는 것이 주요 사업을 이루게 되고, ICT, BT, NT 등 북한에서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한 협력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통일완성기가 되면 정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이를 조율하는 것은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위원회가 되고 과학기술 부처 간 협력창구 개설, 중⦁러 협력적 거버넌스, 북한이탈주민 협력적 거버넌스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거버넌스를 통해서 통일완성기를 통해서 철도, 도로, 항만 등 교통분야와 전력 및 석탄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이 이루어 져야 하며 이는 북한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편익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통일성숙기의 경우는 앞의 두 단계에서 제시한 모든 거버넌스와 함께 특별히 국제기구와 연구 및 교육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서 남북한 과학기술의 국제화 필요 분야 및 기술인력 교육을 이루어 내야 한다. 이와 함께 중국이나 러시아의 협력을 통한 남북한 과학기술협력 거버넌스도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시사점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남북한 표준체계 비교를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가 실제적으로 적용되기 위한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본 연구를 비롯해서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차원이나 정부지원 조직 (본 연구에서는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위원회라고 지칭함)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남북한 간의 다양한 협력채널들을 활용하여 과학기술협력을 해 나가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국제적 공조와 학술 및 교육적 접근 역시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중요한 통로가 된다.
이와 같은 정책적 지원은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에 큰 효과를 나타낼 것이며 이를 통해 남북한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과학기술분야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