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웹진 보기

국내외 지역개발 우수사례

금산군 아토피 치유마을: 농촌활성화의 새로운 모델

이관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1. 들어가며

아토피 치유마을은 금산군 군북면 상곡1리에 위치하고 있다. 상곡1리는 좌측의 서대산과 우측의 대성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전형적인 산촌마을이다. 상곡1리는 군북면사무소가 지나가는 국지선 601호선에서 약 7㎞ 떨어진 곳에 있는데, 상곡1리는 외길인 산꽃로만으로 접근이 가능한 외지마을이다. 상곡1리 마을에는 상곡천이 흐르고 있어 자연경관이 매우 수려하다.

이러한 상곡1리의 인구구조와 산업구조는 일반 농촌 혹은 산촌마을과 큰 차이가 없다. 상곡1리의 인구는 약 150여명이고, 가구수는 60호 정도이고, 고령화율이 50% 정도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농가의 소득은 평균 1천만원 이하이고, 주요 소득원은 인삼, 고추, 벼이며 이들 작물은 관행농법에 의해 재배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상곡1리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산촌마을이다.

이러한 상곡1리에 최근 들어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폐교가 되는 초등학교의 학생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니 도시에서 이주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주할 주거시설이 없어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아토피 치유축제와 힐링캠프 등으로 연간 1000여명의 정도가 방문하는 등 농촌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금산군 상곡1리의 아토피 치유마을을 통해서 농촌발전의 새로운 모델과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아토피 치유마을의 시작

금산군 군북면에 위치하고 있는 상곡초등학교는 약 10년 전부터 학생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하였고, 지난 2010년경에는 학생수가 10여명으로 폐교의 위기까지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토피 안심학교로 지정됨에 따라 폐교 위기의 학교에 오히려 학생 수가 증가하여 2014년 현재 38명에 6학급이 편성되어 운영 중에 있다.

이처럼 폐교 위기의 상곡초등학교가 아토피 안심학교로 지정되고, 다시 학교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6~7년 전의 우연한 계기에 연유하고 있다. 당시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던 한 학생이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외가가 있는 상곡초등학교 인근 지역에 놀러왔는데, 당시 이 학생은 아토피가 매우 심각하였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한 동안 외가에 머물던 아이의 아토피가 호전되기 시작하였고, 이로 인해 이 학생이 서울에서 상곡초등학교로 전학을 하였으며, 그 결과 아토피가 치유된 것에 기인한다.

상곡초등학교가 아토피 안심학교로 인정될 수 있었던 것은 상곡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군북면의 지리적 이점에 기인한다. 상곡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군북면은 산촌지역으로 일교차가 매우 심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서 기온이 낮은 특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주변의 산이 높아서 도시의 미세먼지 등의 오염물질이 상대적으로 작은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아토피의 치유에 있어서 중요한 환경조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결과 상곡초등학교에는 다시 학생들이 모여들게 되었고, 농촌학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상곡초등학교에는 38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데, 이중 21명이 도시에서 전학을 온 아토피 환우이다. 그리고 유치원에도 13명이 재학하고 있는데, 이중 8명이 아토피 환우이다.

금산군에는 상곡초등학교의 활성화를 위해서 지금까지 23채의 주택을 지어서 아토피 치유마을을 조성하였고, 향후 추가적으로 17채를 더 조성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토피 환우들을 위해서 친환경 급식을 하고 있고, 대전대 한방병원과 자매결연을 하여 학생진료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학교의 실내 환경의 오염물질을 저감하기 위해 칠판을 없애고 흙벽돌로 내부시공을 하였으며 아토피 치유 화분을 교실에 배치하였다. 또한 아토피 환우들을 위해서 아토피 케어실을 만들고 피톤치드 발생기를 설치하여 안정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재능기부 등을 통해 음악치료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상곡초등학교는 현재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교사를 신축 중에 있다.

3. 아토피 치유마을의 성과와 한계

현재 금산군 군북면 상곡1리는 아토피 치유공간으로 전국적 명성을 갖고 있다. 현재 아토피 치유마을로 이주해 오기 위해서는 신청을 하고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마을에서 개최하는 “농촌체험 아토피치유축제”의 방문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금산군에서는 성남시, 장수군과 함께 “도시-농촌간 행복 아토프릴리지(Atopy Free Village)”사업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이 사업은 도시의 아토피 환우들이 금산군의 청정자연에서 치유를 하고, 장수군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금산군을 비롯한 3개 시구에서는 2014년 “지방자치단체간 연계협력사업”에 공모를 하였으나, 지역발전위원회에서 최종 선정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금산군에서는 인근의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협력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고, 지금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문의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상곡1리에는 다른 농촌마을과 달리 최근 5년간 약 60여명의 도시인구가 전입해 왔다. 이처럼 젊은 도시인구의 전입으로 인해 마을인구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마을발전을 위한 역량이 제고되고 있다. 실제 전입인구의 학력과 역량이 매우 높아서 상곡초등학교에서는 전입인구의 역량을 활용하여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은 상곡1리에 원래 거주하고 있던 원주민과 이주민 간의 교류통로가 확보되어 있지 못하고, 그 결과 상호간의 오해와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협동조합 창립을 준비 중에 있는데, 이 협동조합은 원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아토피 치유마을의 핵심적 주체라 할 수 있는 상곡초등학교와 원주민들간에 직접적인 교류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한계점도 있다. 현재 상곡초등학교는 아토피 안심학교로 지정되어 학생들에게 아토피 치유를 위한 친환경 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친환경 급식은 상곡1리에서 자체적으로 조달되지 못하고, 지역의 급식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급식공급이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입찰을 통해 진행되는 구조적 측면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상곡1리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상곡초등학교의 급식프로그램과 지역농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4. 아토피 치유마을의 추진과제

아토피 치유마을은 농촌지역에 도시민들이 이주해 오게 했다는 측면, 그리고 폐교에 직면하고 있는 농촌지역의 초등학교가 새롭게 활성화되었다는 측면에서 농촌활성화의 사례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아토피 치유마을은 농촌자원의 상품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것이 아니라, 농촌지역의 청정 환경을 활용하였다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주목하지 못하였던 농촌의 환경적 가치를 통해 농촌활성화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환경오염과 산업사회의 스트레스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향후 농촌의 환경적 가치가 새롭게 주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힐링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아토피 치유마을은 원주민과 이주민의 교류부족, 원주민과 학교의 교류부족이라는 이중적 문제를 갖고 있다. 아토피 치유마을을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들이 도입되어야 하겠지만, 본 글에서는 주요 주체들 간의 상호교류라는 측면에서 몇 가지 추진과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아토피 치유마을의 이미지에 부합하게끔 농업구조를 저투입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하고, 신선채소 등을 주요 전략작목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현재 상곡1리에서는 친환경 농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기존의 고투입식 관행농법으로 각종 농산물이 재배되고 있다. 이러한 농업구조는 아토피 치유마을의 이미지와 다소 거리가 있다. 따라서 현재의 관행농업을 전면적으로 폐기하고 상곡1리의 모든 농작물을 친환경으로 재배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상곡1리 친환경작목반의 결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아토피 치유에 효과가 있는 채소(삼미채 등)와 과일(수박, 토마토, 포도 등)을 전략작목으로 재배하고, 상곡1리에서 재배되는 친환경 농산물로 상곡초등학교의 친친환경 급식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역량이 높은 이주민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아토피 치유꾸러미 협동조합 설립을 제안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아토피 치유마을에는 도시에서 이주해 온 고학력 인력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지만, 특별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17가구 중에서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가구는 7호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주민을 중심으로 아토피 치유꾸러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협동조합을 설립·운영할 필요성이 있다. 아토피 치유꾸러미 협동조합은 지역주민과 연계하여 계약재배를 하고, 도시민과 직거래를 통해 상곡1리의 농산물 판매망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학교가 중심이 되어 원주민과 이주민을 연결하는 상곡마을치유콘서트를 정례적으로 개최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이주민과 학교 간에는 교류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지만, 마을주민과 이주민, 마을주민과 학교 간에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원주민-이주민-학교가 매 분기별로 상곡마을치유콘서트를 개최하여 3주체간의 교류협력을 도모함과 동시에 특히 원주민과 도시민 간의 교류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콘서트의 경험을 토대로 장기적으로는 농촌관광영농조합을 마을기업으로 설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농촌관광영농조합에서 향후 아토피 힐링캠프, 치유축제 등의 각종 도농교류사업을 주관해 나가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5. 나오며

금산군 군북면 상곡1리의 아토피 치유마을의 현재 모습은 성공적이라고 단정하기 아직 부족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청정한 농촌환경을 가지고 농촌활성화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농촌활성화의 한 가지 대안으로 6차산업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공중심의 6차산업화는 모든 농촌에서, 그리고 일반 농민들이 추진하기에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농촌활성화의 방안은 농촌과 농업의 다원적 가치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앞으로 깨끗하고 쾌적한 농촌과 농업구조는 환경오염과 스트레스를 지친 도시민들의 새로운 안식처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구감소와 FTA 확대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의 농촌과 농업은 이주해 오고자 하는 도시민들에게 쾌적한 정주공간과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기능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토피 치유마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원주민과 이주민 간에는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농촌지역의 이주민 증가가 농촌활성화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원주민과 이주민간에 다양한 소통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번 살펴본 아토피 치유마을의 사례는 청정한 농촌환경을 통해 농촌활성화를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모델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농촌활성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원주민과 이주민간의 다양한 소통구조가 전제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향후 농촌활성화의 정책내용은 농촌과 농업의 다원적 가치 제고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고, 추진방법에서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교류활성화를 강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