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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지역개발 우수사례

지역개발의 우수사례

김현호(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1. 들어가는 말

지역발전은 특정한 지역의 사람들이 영위하는 ‘삶의 총체적 상향이동’ 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정의할 수 있는 삶의 총체적 상향이동이 쉽게 파악되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그것이 가능한다 하더라도 해당 지역 내 일정한 지역의 발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한계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발전은 통상 ‘주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의 향상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편하기도 하다.

지역발전의 관점에서 지방자치제의 시행은 지역이 중앙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지역발전에 대한 자기책임성을 보다 강화시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차이가 나고 있다. 어떤 지역은 지역발전에 대한 자기책임성 강화를 진작부터 인식하고 지역의 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부단히 골몰한 결과, 상당한 정도의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가 하면, 반대로 타성에 젖은 안일한 대처로 인해 그렇지 못한 지역도 있다.

앞의 경우의 지역들은 소위 지역발전 “스타지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지역들은 지역발전의 내용과 성격 등에 따라 몇 가지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여타 지역들에게 벤치마킹 대상이 되다보니 이들 지역으로 배우러 오는 지자체 공무원이나 관광객도 많다 보니 즐거운 “손님치레”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는 이들 지역을 살펴보고 그 성공요소를 짚어 볼 것이다.

2. 인문학적 접근에 의한 삶의 질 개선

“담 번에는 민요를 시켜볼까? 악기는 어때? 그런데 그런 강좌도 있는 겨?” 바로 대전 대덕구가 시행하고 있는 “배달 강좌제”에 대한 수혜 대상이 되는 주민들의 이야기다. 다음번 강좌에 대한 이야기다. 대전광역시에 소재해서 생활여건이 괜찮을 거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대덕구는 영화관, 교육센터, 지하철 등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 공무원들이 밤을 새워가며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다가 일본의 평생학습도시인 야시오시(八潮市)를 견학하고 온 지자체 단체장의 한 마디 말이 돌파구가 되었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인 거지. 자장면이나 피자 배달하듯이 강좌도 배달하면 주민들이 더 만족하고 편하게 공부할 수 있잖아?” 인프라 건립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할게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주민에게(다섯 명이 모이면) 강좌를 제공하는 것으로 해답을 찾았던 것이다. 이렇게 출발한 지역주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배달 강좌제는 2009년에 시행한 이래, 2,400여건의 강좌를 배달했고, 강좌에 참여한 인원만 해도 23,000여명을 넘고 있다. 퇴직한 교사나 디자이너 등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강사로 참여해 고용을 창출하고 있으며, 다문화가정 아동의 언어, 디자인 강좌 등을 통해 지역문화를 통합하고, 일자리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대덕구와 비슷하게 ‘인문학적 접근’으로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지역으로 장성, 구미, 칠곡 등이 있다. 칠곡은 한글을 모르는 분들을 대상을 한글교육 강좌를 하면서 2003년 전국 최초로 “학점 은행제”를 도입했고, 농업인구가 많은 지역특성을 감안해 농업경영전공, 사회복지 전공, 아동, 가족 등으로 강좌를 확대시키고 있다. 2004년 평생학습도시, 2009년 인문학 도시를 표방한 이래, 지금까지 ‘마을로 찾아가는 현장교육’ 50강좌, 성인한글교육 10개 마을, 청소년, 어른을 위한 인문학과 평생학습까지 모두 150여개의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인문학과 스토리텔링을 연계해 ‘기억으로 쓰는 칠곡 이야기’를 출간했으며, 2012년부터 마을축제를 개최하고, 인문학 강좌는 주민을 연결시켜 마을기업을 형성시키는 모태가 되고 있다.

3. 지역자원의 문화관광적 개발

지역자원 및 향토자원(regional assets)을 특별하게 상품화하는 지역들도 있다. 봉화, 영양, 청송, 영월의 영어 첫 글자를 딴 “BY2C”지역이 대표적이다. 초기에는 영월이 포함되지 않아 “BYC”지역이라 했는데, 영월이 참여하면서 BY2C지역이 되었다. “BY2C 외씨버선길”은 4개 지역의 주민이 직접 조성한 길로서 그 모양이 마치 조지훈의 “승무”에 나오는 외씨버선과 흡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메산골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으로 대표되는 여행 트렌트를 포착해서 기획했지만, 지역자원의 상품화에서 핵심인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것은 4개 지역이 공통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문학성’이다. 문학성을 나타내기 위해 각 구간을 지나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옛길을 복원, 정비하고 있다. 사유지를 지날 수밖에 없는 문제, 경작지 훼손 등의 문제는 지역 어르신들의 설득으로 해결했다. 현재 240Km에 조성된 외씨버선길은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수학여행, 체험활동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외씨버선길은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길을 통한 특산품 판매, 관련 관광산업 확대 등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또, 향토자원을 ‘축제’로 상품화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함평 나비축제는 나비를 테마로 차별화한 축제에 해당된다. 물론 축제가 제대로 정작되기까지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에는 유채를 테마로 한 축제를 기획했다가 나비로 바꾸었으며, 나비를 상품화하기 이승모 뿐 아니라 나비박사 정헌천을 영입해서 나비연구소를 만들고, 테마의 일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나비곤충관, 식물원 등을 만들었다. 민막을 활용해서 관광객을 분산시켜 소득을 지역에 분산시키는 방안을 고안했다. 또, 세계 3대 겨울축제 중의 하나에 들어간다고 하는 오지인 화천에서 개최되는 ‘산천어축제’도 있다. 산천어 축제는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바닥을 가득 메운 산천어 낚시 뿐 아니라 시내거리의 점등 등을 통해 관광객에게 특별한 겨울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축제개최를 통해 2014년 관광객이 133만여명이었고, 축제와 관련된 농특산품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그 외에도 무주의 반딧불 축제, 보령의 머드축제가 관광객 뿐 아니라 파생상품까지 판매함으로써 지역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경우 다른 지역이 따라할 수 없는 향토자원의 특이성이 높을수록, 목표고객이 분명할수록 축제의 지역발전 효과가 큰 특징이 있다. 외국의 경우는 프랑스 남부도시 ‘망통(Menton) 축제’가 대표적이다. 망똥은 어린이를 주 고객으로 설정하여 오렌지와 레몬을 가지고 4톤 정도나 되는 개미와 배짱이, 토끼와 거북 등의 캐릭터 구조물을 만들어 도지역 전체가 ‘동화의 나라’가 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망똥 축제에 가고싶어 해서 아이들을 혼자 보낼 수 없으니까 가족여행이 되고 체류하게 된다. 축제에 소비되는 오렌지와 레몬의 농업 뿐 아니라 음식, 숙박, 상업 등의 매출도 증가한다.

4. 지역특산품의 산업적 개발

지역의 농특산품을 산업화해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지역들도 있다. 그 가운데 고창, 성주 등이 대표적이다. ‘빨간 양념장으로 구운 풍천장어,’ ‘붉은 선운산 동백꽃,’ ‘복분자주의 선홍’이 있는 3홍(3紅)의 고장 고창은 복분자를 앞세워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주자가 “복분자 클러스터”와 “복분자 타운”이다. 복분자 클러스터는 복분자의 유통, 가공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복분자 연구소와 복분자의 산업화를 위한 전문단지를 조성해서 복분자 농가와 연계시키는 전략을 핵심으로 한다. 복분자는 복분자 클러스터를 통해 술 말고도 건강음료·과자·아이스크림·화장품 등으로 가공된다. 이를통해 고창에 73여개의 복분자 제조업체와 1,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 고창의 산업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복분자와 연계하여 고창읍 석정리 온천에는 웰빙을 테마로 한 “웰파크 시티”를 조성하고 있다. 농가의 3분의 1이 5,000만원 이상의 연소득을 올리면서 복분자로 미래를 찾고 있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거창의 딸기, 횡성의 산채, 성주의 참외 상품화 등도 이부류에 속한다. 그 중에 성주는 농업기술센터와 농협이 합심해서 고품질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교육, 연구개발을 통해 농가당 순수익이 6,000만원을 올리고 있으며, 1,000가구 이상이 1억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기까지 하다. 요즘 지역개발에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 6차 산업화의 대표적 본 보기에 해당하는 지역들이다.

5. 지역공동체 주도의 지역발전

진안이나 완주, 강릉, 서울의 성북구 장수마을, 수원처럼 지역단위에서 주민 뿐 아니라 전문가, 자치단체 등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매개체로 하여 ‘지역공동체’ 활성화함으로써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부류의 지역들도 있다. 용담댐 건설로 인해 다수의 수몰지역이 생기면서 지역발전의 위기를 맞은 진안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마을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 마을만들기로 박사가 된 전문가 구자인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공무원을 10년 이상 마을만들기에 전담하게 했다. 또 도시 이주한 전문가를 마을과 자치단체의 중간에서 주민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주민의 의사를 지자체에 전달하게 하는 “주민간사제”도 개발, 운용하고 있다. 마을 공동체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른 지역에는 없는 “마을만들기 5단계 시스템”도 개발, 추진하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마을간 경쟁시스템인 셈인데, 하위 단계의 시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을 때, 상위단계의 중앙부처 사업을 추진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300여개 마을 가운데 거의 200여개 마을이 마을만들기 사업에 참여해서 주거환경 개선과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완주도 비슷하다. 완주는 ‘농촌활력과’와 ‘사회적 경제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를 설치해서 마을만들기를 활성화하고 있다. 마을단위 기업화 등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는 것인데, 로컬푸드의 경우 전주에 3개 직매장(용진 및 효자동, 모악산)을 설치해 하루 평균 2,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300여 참여농가가 월평균 175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완주에서 생산한 야채를 박스로 직접 도시민에게 공급하는 “꾸러미 밥상”의 경우도 회원이 3,000가구를 넘고 있다.

6. 우수사례 지역의 공통적 요소

이외에도 30여개의 박물관을 만들어 “박물관 고을”로 특화된 지역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영월, 개그맨 전유성을 유치하고 개그맨 사관학교 격인 “철가방 극장”를 만들어 색다른 코미디 웃음을 통해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청도 등 특색있는 지역이 적지가 않다. 앞서 언급한 우수 지역발전 사례지역에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함을 공통적으로 알 수 있다. 이전처럼 중앙이 제공하는 보조금에 주어진 시책을 단순히 집행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의 매력을 창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상품이나 볼거리도 만들 수 없다. 지역개발의 이런 전환은 이른바 ‘3D’전략으로 압축할 수도 있겠다. 흉내 내거나 모방할 수 없는 지역의 ‘차별화’(Differentiation)가 필요하고, 차별화를 위한 ‘연구개발’(Development)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을 새롭게 ‘디자인’(Design)도 해야 한다. 부단히 고민하고 연구개발하지 않으면 지역발전의 성과를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이 보유한 자원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역발상’이 특히 중요하다. 대표적 사례가 일본 효고현의 ‘쓰나’(津名)라고 할 수 있다. 1989년부터 다케시다 정부는 3,240개 시정촌에 l억엔씩을 나누어 주면서 창발적 아이디어에 의해 ‘고향창생운동’을 추진하게 했다. 딱히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던 쓰나는 일단 원금이라도 지키고 보자는 생각에서 1억엔짜리 금괴를 샀는데 호기심의 동물인 사람들이 도대체 1억엔짜리 금괴는 어떻게 생겼나(무게 62.696kg) 하고 일본 각지에서 사람이 몰려와 관광명소가 되었다.

지역의 경영마인드도 중요하다. 이전의 행정서비스 마인드로는 지역발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며, 경쟁력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가적 속성을 강화해서 지자체 공무원은 행정 마인드 대신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하고 지역매력을 증진시키는 ‘기업가’내지 ‘지역 판매원’이 될 필요가 있다.

지역발전에 대한 내발적 접근도 필요하다. 이제 중앙이 주도하는 하향적 방식과 달리 자치단체가 지역발전을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열정, 헌신, 창의력을 지닌 핵심 인물의 역할이 중요하다. 핵심인물은 단체장일수도 있고, 전문가, 주민일수도 있다. 이들이 발상의 전환에 의한 아이디어 뿐 아니라 주민에게 지역발전의 비전과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지역 및 향토자원의 발굴과 차별화된 개발도 중요하다. 그것은 제품이 될 수도, 축제가 될 수도, 산업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자체를 넘어선 지역공동체나 마을이 주도해서 일자리, 주거환경, 복지, 보육 등을 동시에 해결해 나가는 복합적 처방에 의한 지역발전도 중요해지고 있다.

● 이 글은 김현호(2013)의 “지역발전 우수사례를 통해 본 자치단체의 성공요건”(월간조선 2014년 1월 별책부록)을 참고해서 수정, 작성했음을 밝혀 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