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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개발지원법의 개선 방향

권오혁 (부경대학교 교수)

참여정부에서 절정을 이루었던 지역개발 사업은 점차 정책적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역정책의 기조를 산업경제 정책과 광역권 사업으로 압축하였고 박근혜 정부는 지역행복 및 삶의 질 향상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생활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지역개발지원법(지역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간에도 지역개발 관련 법률이 없지 않았지만 실제적인 성과가 미미한 실정이었는데 그것들을 통합하여 지역개발지원법이 새로이 마련된 것이다.

기지역개발지원법이 제정되면서 폐지되거나 주요 조문이 삭제된 법률이 신발전지역 육성을 위한 투자촉진특별법과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육성에 관한 법률이다. 신발전지역법은 지역개발지원법의 제정을 전제로 2014년 6월에 폐지되었고 지역균형개발법도 같은 시기에 지역균형개발에 관한 조문을 모두 삭제하였다. 시행은 잘 되지 않으면서 복잡다기하기만 한 지역개발 관련 법제를 재정비한 것이다.

기존의 신발전지역법이나 지역균형개발법은 취지에 어울리지 않게 사업 시행이 지지부진하거나 성과가 미흡하였다. 지역균형개발법의 경우 광역개발사업, 개발촉진지구 사업, 특정지역 사업, 지역종합개발지구 사업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개발촉진지구를 제외하고 이 법에 의한 특별한 재정지원은 없으며 다만 다양한 개발방식의 지역개발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에 그쳤다고 할 것이다. 그나마 개발촉진지구 사업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약에 의해 추진되었지만 성과적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낙후지역이지만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지역을 종합적․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목적으로 제정된 신발전지역법은 낙후지역(신발전지역)에 발전촉진지구를 지정하고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신발전지역법도 지역개발사업의 민자유치를 위한 특례법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당초 서남권, 경북북부권 등 일부 광역낙후지역을 대상으로 삼았던 법안이 지역간 형평성의 논란으로 인하여 전국적으로 확대됨으로써 일반법화 되고 말았다. 특례 부여를 통한 민간자본 유치에 지나친 의존한 결과, 사업 추진이 매우 부진하였다. 사업 대상 지역이 입지적으로 열악한 낙후지역이어서 민자유치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개발지원법이 2014년 6월 3일 기존의 유사·중복된 지역개발 관련법 및 지역개발제도를 통합하여 효율적으로 지역개발사업을 지원하고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그것은 복잡다기한 지역개발 관련 법률을 정비하여 분산적 산발적 지역개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지원조치가 미흡하고 계획 및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여 활성화가 어려운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하여 다각적인 지원조치를 강구하며, 계획의 수립, 구역지정, 회계 설치 등에서 지자체의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지방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당초 2011년 9월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원안은 지역균형개발법, 신발전지역법, 해안내륙발전법 등 3개 법률과 관련 7개 지역개발제도를 통합하여 「지역개발의 종합지원에 관한 법률」로 제정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논의와 검토를 거쳐 해안내륙발전법(해안권 개발구역, 내륙권 개발구역)은 그대로 존치하고 나머지 법률만 통합하여 최종 지역개발지원법으로 종결된 것이었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이자 사업은 지역개발사업계획의 수립과 지역개발사업구역의 지정, 투자선도지구의 지정, 지역활성화지역의 지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핵심적인 사업이 투자선도지구와 지역개발사업구역의 지정과 지원인데, 특히 투자선도지구에 대해서는 다양한 특례를 부여하고 조세 및 부담금 감면, 자금 및 재정을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역개발지원법에 대해 지방의 관심이 높지만 기대와 함께 현실적인 우려와 고민이 적지 않다. 지역개발지원법이 이전의 지역개발 관련 법률의 문제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며 사업시행상의 애로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산업입지법, 도시개발법 등 유사 법률에 비해 정부 지원 및 혜택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전의 지역개발 관련 법률과 마찬가지로 지역개발지원법 역시 민자 유치를 전제로 시행되는 것인데 낙후지역에 있어서는 민자유치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 현실인 바, 개발 사업에 따른 지원 및 혜택이 부족하여 사업의 실제적인 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리고 지방이 자체적으로 재정을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그것이 용이하지 않은 실정이다. 예컨대 지역개발지원법에서는 지역활성화지역 등 낙후지역의 투자촉진을 위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낙후지역발전 특별회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기존의 지역균형발전 특별회계와 매우 유사하여 특별회계 설치를 위한 재원마련이 쉽지 않은 지방의 현실에서 유사한 특별회계를 추가 설치하는 것은 무리이며 조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편으로 중앙정부에 의한 계획의 수립 및 변경의 승인은 지역개발계획의 세계적인 추세인 지역의 계획고권에 역행하고 있다. 관련 계획을 수립하거나 수립한 계획을 변경하려면 국토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하고 있으며 그밖에 투자선도지구의 지정, 지역개발계획의 평가, 지역활성화지역의 지정 등에서도 중앙정부 주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부진하면서 자율성을 제한하는 정책은 지방의 입장에서 달가울 리가 없다. 지역개발지원법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간섭을 최소로 줄이는 대신 행정규제의 완화와 재정적 지원을 극대화하는 것이 요구된다.